지난 연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한동안 동북아의 국제적 상황이 급속도로 돌아가는 듯 했다. 6자회담의 당사국들은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서로 간에 발 빠른 모임들을 가동하였고, 남북관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유화 제스처도 취했다. 그러나 북한은 장례 후 한국 정부에 대하여 강경한 발언을 하여 기대감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현 정부 들어 그동안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은 쳇바퀴 돌기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함으로 현실적인 남북교류와 지속적인 평화정착, 그리고 궁극적 남북통일로 나아가는 토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의 변화, 그러한 기반 조성이 있어야 교회가 진정한 북한 복음화를 이루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여타 국가들과는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먼저 선군정치를 앞세우는 군사적 국가이다. 북한은 그래서 정권 수립 60여 년 동안 방위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중공업 건설에 매진하여 왔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자체 생산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경제적으로 고립시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 호전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 연구자인 일본의 와다 하루키는 북한의 특징을 일컬어 유격대국가라고 명명한바 있다. 그래서 북한은 외부의 압박에 미사일 실험이나 핵무기 실험 등으로 강경 대응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오고 있다. 다만 옛말에 ‘쥐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고 쫓으라’ 했다. 군사적 긴장을 높이다보면 제2의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또한 자립적인 경제 단위들로 이루어진 집단적 경제체제이다. 이를 한마디로 ‘지역자립체제’라고 한다. 서울대학교의 김병로 교수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자력갱생’이란 말로 정의한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구호로만이 아니라 체제의 구조적 시스템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마치 꼬리가 잘린 도마뱀이 잘린 꼬리를 놓아두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듯이 북한의 어느 한쪽의 지역 자립체제가 붕괴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전체적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변방 지역의 경제 체제가 무너져도 평양 인근의 경제단위가 건재하는 한 북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혁명가족들에게 주어진 평양 거주의 특권은 그들이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의 발전상을 익히 알더라고 북한체제를 이탈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이유로 급속도의 붕괴가 이루어지지 않는 내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아울러 수령을 아버지로 하는 대가족국가이다. 북한은 어머니 당론, 대가정론, 어버이 수령론 등의 이론을 통하여 대가족국가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었다. 따라서 김일성은 단지 한 집안의 아버지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아버지임을 강조하고 그의 아들인 김정일, 뒤를 이은 김정은으로의 권한이양은 아버지의 뜻을 잇는 효성스런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왕래하는 북한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보면 북한체제가 무너질 것에 대한 관심 보다는 김정은이 과연 북한 경제를 살릴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체제는 별다른 동요 없이 기존의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북한에 대한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이 일거에 무너질 것이라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보다는 북한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며 차분히 그들을 대화와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장기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많은 선교단체들이 국내외 정치 상황에 구애되지 않고 북한과 중국 접경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돕고 지원하고 있다. 어떤 단체는 통일선교기금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한국성결교회도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통일을 위한 준비를 차분히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