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초반, 광주 5.18의 비극으로 온 국민이 꺽꺽대며 피를 토하며 숨소리조차 죽여야 했던 시절, 서울신학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어느 이름 없는 강사가 작심한 듯 내뱉었다. “이 땅에는 세계의 사회주의 가운데 가장 망종 사회주의, 자본주의 가운데 가장 망종 자본주의가 대치하고 있다. 더 비극적인 것은 이를 해결해야 할 교회가 세계에서 가장 망종교회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 재래시장이 추풍낙엽처럼 사라지고 있다. 빵집들, 동네 서점이 사라진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대형 마트 때문에 골목상권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극소수의 재벌가가 이 땅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질좋은 상품을 골목상인들보다 싸게 판다는 명분만 충족되면 떡볶이나 순대 시장까지 재벌이 점령해도 무방하다는 것일까.

▨…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언감생심이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이 땅의 자본주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망종인지를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버트 라이시는 자본주의를 이제까지 나온 시스템 중 최고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의 형태는 자유방임일 수 없음을 강조한다. 다보스 포럼의 클라우스 슈왑은 “자본주의는 낙오자를 껴안지 못했다.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고백하는데 이 땅의 자본주의는 왜, 자기반성이 없는 것일까.

▨… 망종 사회주의와 대치하고 있는 탓이겠지만 이 땅의 교회는 자본주의의 망종화를 눈감아 주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망종 자본주의에 침잠해서 교회의 형태, 구조, 생리까지도 자본주의를 닮으려 한다는 비난이 오히려 적절한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교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무한대생존경쟁, 목회성공(?)의 내용에 대한 검토가 이렇게까지 외면당할 수 있겠는가.

▨… 이웃 교단들이나 ‘한기총’의 문제는 남의 눈의 티이다. 내 눈의 들보는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의 기독교대한성결교회를 세우시려고 골고다에서 십자가의 죽음을 감당하셨을까. 마크 트웨인의 풍자를 흉내냄을 용서하시라. “자비로운 하나님은 우리가 이 땅에서 대단히 귀중한 세 가지 재산을 갖도록 허락하셨다. 성령의 역사와 양심 그리고 이것들을 한번도 활용하지 않는 총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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