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6:4)

내 나이 50을 넘기다 보니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 보호하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와 하잘 것 없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야 조금씩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이 생긴 것이다.

사람이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지, 아님 검정 비닐 봉투를 들고 다니든지 정말 중요한 것은 분명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물일 것이다. 명품 핸드백도 온갖 시시콜콜한 쓰레기 같은 잡동사니들로 가득 찰 수 있고, 검정 비닐 봉투라도 정말 귀중한 것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건축을 할 때의 일이다. 은행에서 현찰로 4천만원을 찾아서 전달해야 할 일이 생겼다. 돈을 받을 당사자는 수표가 아닌 만원짜리 현찰을 원했다.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 이 돈을 어떻게 찾아서 전달하느냐 할지 고민이 됐다. 이제껏 그렇게 큰 돈을, 그것도 현찰 4천만원씩이나 들고 다녀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007 서류 가방에 넣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부피가 커서 거기엔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가방을 생각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방은 좀 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다음 고민해서 생각한 것이 종이백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돈을 담기에 충분한 큰 종이백을 집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종이라서 찢어지면 어쩌지? 무거워 밑이 빠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에 집어든 것이 좀 널찍하고, 큰 검정 비닐 봉투였다. 속이 안보이니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것이고, 찢어지지도 않으니 딱 좋다 싶었다.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신문지로 싸고 검정 비닐에 넣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무사히 전달했다.

그렇다. 귀한 것 일수록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포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옛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 개똥이니, 길동이니, 말자니 하면서 지었던 것도 인명이 단명한 그 시대에 오래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천한 이름을 지어서 오래 살기를 바랐던 그들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과대포장으로 인해서 많은 문제들이 생기는 것을 본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았다. 많은 이유 중 중요한 하나는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다. 남과 나를 비교해서 내가 남보다 더 잘 보일려고 하는 그런 생각에서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음에도 말이다.

사실 이것은 엄청난 시간낭비요, 물질낭비요, 에너지의 낭비일 뿐이다. 나 자신까지도 멍들고, 상처를 입는 무모한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그것은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포장해도 나는 나일뿐임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사실 남에게 보여지는 겉모습 보다 더 신경써야 할 것은 오히려 내 속사람이 강건하여 지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속의 보배를 더 보배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가진 보배를 갈고 닦고, 가꾸는 일에 전력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나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갈라디아서 6장 4절에서도 자신을 살피라고 했다. 왜냐면 자랑할 것은 내 속이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속에 보배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심을 감사하자. 그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사람들은 곧 구별한다. 정말 내가 중요한 것을 가졌는지 아니면 시시한 것을 감추기 위해서 꾸미고 있는지를 말이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는 것들로 인해서 정말 중요한 것을 희생시키고,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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