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편견에 상처받는 아이들 … 외국인 엄마와 소통 어려움 겪어
엄마는 생활고로 한글 배울 시간 부족 … 교회, 적극적 교육지원 나서야 초등학교

다문화 가정의 행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사랑을 나눠야할 때다.

4학년 하나(가명)는 밝은 성품의 아이다. 멋진 꿈도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있는 또래다운 건강한 아이다. 그러나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불편해 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네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다. 하나는 엄마를 많이 사랑하지만 아직 한국말이 서툴고 외모가 친구 엄마들과 다른 점을 감추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국내 외국인 139만명

‘하나’의 경우처럼 한국에는 수많은 다문화 가정이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39만명, 한국인과 결혼해 머물게 된 결혼이민자의 수는 14만명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세다. 이때 결혼이민자 중 90%가 한국남성과 결혼한 결혼이주여성들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을 향해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 ‘한국말을 못하는 답답한 사람’ 등 편견 속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편견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문화 가정들은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많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업에 적응 못하고, 사회의 편견으로 상처받는 것이다. 2009년 통계청의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 학생수가 1만 8778명으로 2005년 대비 약 3배가 늘었다고 한다. 이들 다문화 가정 학생의 90%는 결혼이주여성과 한국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다. 그런데 이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학업을 시작할지라도 상급학교 미진학 또는 중도탈락 비율이 중학교 39%, 고등학교 69.6%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한국국민으로서 교육권을 보장받지만 상급학교에 올라가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교육의 한계와 경제적 문제로 분석되고 있다. 안산 다문화선교교회(최용철 목사)에서 만난 필리핀 결혼 이주여성들은 길게는 14년부터 짧게는 8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은 한국의 여느 어머니의 마음과 비슷했다. 자녀교육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아이들의 학교 공부를 챙기지 못하고 남편에게 맡긴 경우가 많았다.

1997년 결혼해 한국에 오게 된 리사 씨는 “‘숙제했어?’, ‘공부했어?’처럼 질문은 하지만 공부를 가르쳐 주진 못한다”며 “남편이 아이들의 공부를 맡아서 다 하고 있고 저는 그냥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가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자녀를 둔 안나진 씨의 가장 큰 새해 소망은 “아이가 건강하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며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싶지만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목도 챙겨주지 못하고 아이들의 준비물 챙기는 것도 전부 남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자녀교육 어려움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 대부분,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반에서 유일하게 다문화 가정이라는 안나진 씨에게 자녀의 학교생활을 묻자 안나진 씨는 잘 모르겠다는 말부터 했다.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는지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은 자녀의 학업 교육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조차 버거운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교실 등을 이용해 한국어 실력을 높일 수 있진 않을까.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공부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다문화선교교회 최용철 목사는 “다문화 가정들 대부분 어려운 가정형편의 문제를 많이 호소한다”며 “이곳에 와서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언어폭력과 남편에 대한 박탈감, 자녀의 따돌림 문제에 많이 억울해하는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 목사는 “남편이 안정된 직장도, 쌀과 김치를 살 돈도 없어서 선교회에서 이를 지원해야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고 돈 때문에 자녀의 학원교육도 못 시키는데 자신이 공부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들에게 사치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만난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여성들은 한국어를 잘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했다. 올해 11살 딸을 둔 크리스티나 씨도 “너무 바빠서 한국어를 배우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한국교회는 어떤 도움을 전할 수 있을까. 특히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그동안 교회들은 다문화 가정의 결혼이주여성에 초점을 맞춰서 구제·봉사사역을 진행해왔다. 김장철이 되면 다문화 가정 여성에게 김장교실을 열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더 눈을 돌려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사역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여건 열악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자녀들을 좋은 학원에서 공부시키거나 좋은 일대일 교사를 붙여주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 때문에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교회 안에 있는 청년대학생이나 성도들이 멘토이자 교사로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학업과 학교생활을 지도해주는 것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교회에서는 편견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비 다문화가정 자녀와 부모들에게 ‘다문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리핀 출신인 안나진 씨는 한국에서의 첫 크리스마스에 대해 “너무 추웠지만 눈이 너무 예뻤던 기억”이라며 “이제는 추위에도 익숙해졌고, 추운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추위에 몸이 익숙해지는 것처럼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생활은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돕는다면, 그 시간은 더욱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다문화가정에게 사랑을 나눌 때, 온정을 전할 때, 이들의 한국살이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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