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꼼수입니다’라고 자신을 살짝 비하함으로써 똑똑한 사람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 명예를 가진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이 요즘의 우리 사회의 유행이다. 꼼수(째째한 수단이나 방법)를 쓰거나 부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규정해온 것이 우리 사회의 전통임에도 꼼수란 이름으로 방패를 삼고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되면 돌을 던진다. 꼼수에 기대를 걸지 않겠다는 뜻이다.

▨… 꼼수의 반대어는 정수이다. 그것은 속임수나 홀림수가 아닌 정당한 법수이다. 백제의 계백은 비록 패배를 당한 장수로 그 이름이 역사에 기록되었지만 칭송을 받는다. 그의 패배는 정수에 의한 패배였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으며, 자신의 힘으로는 그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그것이 정수였기 때문이다.

▨… 1956년, 헝가리 인민은 맨주먹으로 일어섰다. 전인민의 처절한 항쟁 앞에 모스크바와 북경은 동시에 그 요구의 정당함을 인정하고 집권자의 교체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틀 후에는 ‘제국주의자들의 선동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용어를 바꿔치고 소련군 탱크로 짓밟았다. 후에는 ‘반동 부르주아에 대한 계급투쟁으로서’ 용감한 노동자들이 반혁명세력을 무찌른 사건으로 그들의 역사에 기록하였다. 인민이란 용어를 앞세운 꼼수였다.

▨…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에 의하면 ‘지식인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기의 모순을 사는(끌어안고 괴로워하며) 사람이며 모든 사람을 위해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지식인은 권력층에게는 도전자요 반역자이며, 모든 사람들에게는 잠든 의식을 일깨우는 자이어야 한다. 사르트르적 지식인은 꼼수의 비아냥으로 박수 받는 자가 아니라 지배계층의 권력주의 또는 민중기구의 기회주의에 대항하여 민중의 수호자로 남는 자이다.

▨… 지방회 분립, 지방회 소속변경, 선관위의 성명서, 전 총무의 행태, 황색신문의 망교단적 유언비어, 사무국 직원의 재정비리 등등 작금의 사태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수로 맞서지 못하고 꼼수로 회칠만 하는 데서 빚어진 것이다. 교단에 아브라함의 의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식인이 열 명만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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