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 김홍섭(1915~1965)은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을 기리고 있다. 한 번은 그가 탄 버스가 경찰관의 검문을 받았다. 순경이 김홍섭의 행색을 보고서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판사입니다.” “뭐, 판사? 신분증 내놔.” 김홍섭은 공손하게 대법원 판사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판사는 판사라고 그러지 무어라고 합니까?" 경찰관의 다음 행동은 굳이 적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한승헌·내릴 수 없는 깃발을 위하여)

▨… 김홍섭은 새양복을 사입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중고품을 사 입었으며 구두도 제대로 못 신고 고무신을 신었다. 언제나 도시락을 넣은 종이봉투를 끼고 출퇴근하곤 했었다. 아무리 법관의 처우가 좋지 않은 시절이었다 해도 그렇게 답답하게 살아가는 법관은 거의 없었다. 그는 슬하에 8남매를 두었으나 자식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도 가난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를 않았다.

▨… 법조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이때의 존경은 곧 사랑이기도 하다) 법조인은 아마도 김홍섭 판사일 것이다. 그의 판결이 법 적용에 있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었던가의 문제보다는 “하나님의 눈으로 보시면 어느 편이 죄인일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불행히 이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여 여러분을 죄인이라 단언하는 것이니 그 점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고백하는 판사의 진실됨에서 보통사람들의 존경심은 결정되는 것이다.

▨… 겨우 50세를 살았지만 김홍섭은 많은 일화를 남겼다. 70세까지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고 은퇴한 많은 주의 종들에게는 김홍섭에게 비견하고도 남을 많은 일화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성결교회 목사들은 존경할만한 주의 종들의 이름을 손꼽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탓인가, 아니면 존경할 마음이 우리에게서 사라진 탓인가.

▨… 어느 장로님이, “교단 안에 존경받는 이들이 있게 하자”고 역설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존경하므로써만 존경받는 이가 있는 교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단 안에 존경하기 보다는 존경받아야할 사람들만 넘쳐나는 탓인지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너남없이 패대기쳐 흠집내려는 소리만 들끓는다. 우리 교단에 김홍섭만한 인격의 소유자가 없지는 않을텐데…. 문제는 누구도 나만큼 존경받을 수 없다는 잘난(?) 마음 탓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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