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목과 류성용은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동문수학하였다. 나이는 조목이 18년이나 연상이었지만 재주는 류성용이 훨씬 빼어났었다. 출세가도에서도 류성용은 언제나 조목을 앞질렀으며 그럴수록 조목을 탐탁치 않게 여겨 업신여겼었다. 그러나 훗날 이산해에게 밀려 류성용이 관직에서 쫓겨나야만 했을 때 조목은 지난날에 자신이 받은 냉대를 송두리째 돌려주었다.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한은 여자만 품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 인간의 행동에서 어떤 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며 어떤 것이 문화적으로 습득된 것일까?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 함이라고 분명하게 밝히셨음에도 예수님과 함께 골고다까지 가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섬김의 자리는 말 속에만 있는 것을 보면, 섬김은 아무래도 선천적인가 보다. 예수를 믿는다고 되는 일은 아닌가 보다.

▨… 총회에서 어느 지방회가 내년 지방회시에 자동 분할되는 것으로 허락을 얻었다. 지난해와 같은 소동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던 총회원들은 ‘허락이요’를 단숨에 내뱉었다. 명분은 나뉘어지면 두 군데가 다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그 명분 때문에 두 파가 더 이상은 지방회를 함께할 수 없다는 반기독교적 선언이 마구 활개짓하는 정황에 대해서는 모두들 눈을 감아버렸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양심을 넘긴 것은 파우스트만이 아니었다.

▨… 지방회의 수장에게 한번 찍히면 그 지방회에서 목회하기가 이만저만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류성용에의 앙갚음을 벼르었던 조목처럼 한을 품었던 무리들이 새 리더를 업으면 지방회는 두 쪽이 날수 밖에 없다. 이쯤되면 섬김을 말씀하신 예수님은 강단 뒤의 십자가에만 매달려 계실 뿐이다. 그분을 그렇게 가두어 놓는 이들이 도대체 누구일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 지방회 분열은 대지방회여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인간은 타인에 대해 본능에 가까운 공포감을 가지고 있고 이 공포감은 거주영역이 좁아지면 곧잘 공격성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한 것은 생물학자 아이베스펠트(I.E.Eibesfeldt)였다. 지방회라는 거주영역이 너무 좁아져서 도토리 키재기가 상처를 내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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