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에서 하나님 향기를! “kovsmos”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정겨운 가요의 노랫말이 절로 흥얼대는 가을의 문턱이다. 여느 해와는 달리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가을의 여왕,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핀 것을 볼 수 있다. 살가운 가을을 알리는 자연의 몸짓인 게다.

코스모스의 전설은 옛날도 아주 먼 옛날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 우주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꽃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이 세상에 제일 처음 만든 꽃이 바로 코스모스라고 한다. 이렇게 가을을 여는 꽃 코스모스는 고대 헬라어 ‘kovsmos’(코스모스)에서 유래하며, 이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카오스(chaos, 혼돈)와 대립되는 ‘우주’, ‘세상’, ‘질서’, ‘조화’이다.   

신약성서에도 ‘코스모스’라는 말은 186번 등장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요한복음 3장 16절이 대표적인 구절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에서 ‘세상’이 바로 헬라어 원어로 ‘코스모스’(kovsmos)인 것이다. 이 단어의 개념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는 플라톤의 철학과 만나게 된다. 『티마이오스』의 우주생성론 편에서 플라톤은 가장 위대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벽하게 가장 최선의 것으로 탄생된 것이 바로 우주(kovsmos)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이 우주의 창조자인 데미우르고스(demiourgos)는 만물의 아버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변형시키는 자, 지성(nous)의 화신, 선의의 신으로 불리며, 게다가 그는 무엇을 창조하든 ‘좋음(善)’을 실현하는 자이다.

그런데 플라톤이 생각하는 우주는 필연과 지성의 결합의 산물이다. 더 나아가서 우주의 궁극적인 원인은 ‘좋음(善)의 이데아’로 보았으며, 그 우주는 수적인 비례(logos), 척도, 균형에서 최고의 조화로운 것으로 인식하였다. 이 우주의 조화와 아름다움에 대해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의 마지막에서 다음과 같이 장문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죽게 마련인 생물들과 불사의 생명체들을 받아 이처럼 가득 차게 된 이 우주(kosmos)는 눈에 보이는 생명체들을 애워싸고 있는 살아 있는 것이며, 지성에 의해서만 알 수 있는 모상(eikon)이요, 지각될 수 있는 신이고 지극히 위대하고 최선의 것이며,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벽한 것으로 탄생된 유일한 천구(ouranos)이다.” 또 다른 곳에서 그는 우주가 존재하는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이를 만들어 낸 자가 모든 원인들 중에 가장 훌륭하기 때문이다. 신은 모든 것이 훌륭하기를 바라며 가능한 한 어떤 것도 볼품없기를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비록 어떤 학자들이 요한복음 3장 16절과 창세기의 우주 창조 이야기를 플라톤의 창조론과 비교하여 그 유사성과 고대철학의 영향을 찾지만, 이것은 신약성서나 교부 신학자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플라톤의 창조론에서 데미우르고스는 유(질료)에서 유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성서에서 하나님께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다(creatio ex nihilo)고 선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문턱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 코스모스는 어의가 상징(질서, 조화, 균형)하듯이 혼돈과 무질서(카오스)에 빠진 현대인의 삶과 신앙을 다소곳이 묵상하게 해준다. 무더웠던 여름으로 흔들리기 쉬운 가을 초입에 신앙의 균형과 삶의 조화를 찾게 해주고, 인생을 차분하게 뒤돌아보게 해준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한들한들 거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정말 살살거리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코스모스는 ‘살살이꽃’으로 알려져 있다.

야생화 같이 여름 막바지를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보면 놓치기 쉬운 꽃이건만 가만히 들여다보라. 꽃술을 중심으로 조화롭게 뻗어 나온 꽃잎을. 그곳에 아름다운 우주가 들어앉아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아니 창조주 하나님의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드러나지 않은가. 그러니 이참에 산길을 들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자연묵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코스모스의 꽃말이 순결(흰색), 소녀의 애정(분홍색)이라고 하니, 가련해 보이는 초록색 줄기 위에 얹혀 있는 둥그스름한 색색의 꽃이 신앙의 신비를 더해 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