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영근 곡식이 누렇게 고개를 숙여가는 들판을 가로질러 가을 향기 물씬 풍기는 코스모스 길, 추석을 맞아 가족 모두를 태우고 고향 길을 다녀왔다.

충주호를 지나 월악산을 안고 돌아 덕산 쪽으로 가다 보면 언제나 반겨주던 자그마한 교회가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몇 안 되는 가옥 끝자락 언덕에 벽돌로 쌓아 A모양의 지붕에 십자가만 걸려 있는 10여평 정도의 아주 시골스러운, ‘요즘도 저런 교회가 있구나!’하는 보기에는 좋았던 교회였다.

평생을 절에만 다니셨던 장모님께서 80세가 다 되서야 전화로 ‘자네 나 교회 나가려고 하네’ 하시며 다니셨던 교회(지금은 출석을 하지 않고 계심)로 6년 전에 함께 예배드린 적도 있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 월악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수산리성결교회로서 대부분이 70~80세로 20~30명 정도 모이는 교회이다.

우리 가족은 차를 몰아 교회에 올라 터 닦기 공사를 하다 만 곳을 바라보고 사택을 기웃거려 목사님을 찾았다. 마침 고향가실 준비 중이신 목사님(김한상 목사) 내외분은 저희들을 반가이 맞아 주시며 과일로 대접하면서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하여 주셨다.

이곳에 교회가 세워진 것은 50여년 되었는데 주변에 가옥이 줄어들고 모두들 도시로 나가는 관계로 교세는 나아지지 않고 사례비는 도시교회 파트전도사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몇 달씩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오신다고 하셨다. 서울의 한 지방에서 목회하다가 5년 전 이곳에 와서 하나님의 사명으로 여기며 목회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

50세인 동갑내기 사모님과 5살 막내딸과 함께 사역을 하던 중 금년 5월 태풍으로 30여년 된 교회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이에 비닐과 천막으로 비 가림을 하였으나, 7~8월 계속되는 장마로 천정, 벽과 바닥이 모두 망가져 이를 고쳐 세우려고 해도 벽이 약해 지붕을 씌울 수 없어 철거하였다고 하며 당시의 사진을 보여 주셨다.

목사님께서는 성도들과 교회를 새로 세우기로 하였으나 비전문가를 통해 가장 저렴하게 건물만 짓는다 해도 7000만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충당할 예산이 막막하던 차에, 작년 사모님께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에 이에 대한 보험금으로 3000만원이 나왔고 총회에서 태풍피해 보조금으로 1000만원이 지원되어 총 4000만원으로 지난 9월 9일 기공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교회 자력으로는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공사인데 내부시설까지 한다면 총 1억이 소요되기에 오직 기도 중에 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내려갈 때 있는 것 다 드린다 해도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그래도 가장 어려운 곳에서 한 영혼이라도 구원하기 위해 사명을 다 하겠다는 확실한 믿음을 갖고 계신 목사님을 뒤로 하고 나오는데, 몇 년 전 “자네 시간되면 우리 교회 와서 색소폰도 불어주고 교회를 위해 헌금도 많이 하여 주게” 하시던 장모님의 부탁 전화에 한 번도 실천하지 못한 죄책감이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시골 오지에서 오직 하나님 말씀 선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하시는 교역자님들이 있기에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농촌교회를 위해 바라만 보지 말고 우리 모두가 내가 가진 물질, 재능, 능력을 발휘하여 함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계기로 장모님의 신앙도 되찾고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로 거듭나는 수산리성결교회가 되길 매일 매일 간절히 기도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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