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에서 살고 있는 딸을 찾았던 노(老) 목사(75세)는 심한 통증으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간신히 귀국하여 진단을 받은 결과는 췌장암 말기. 죽음조차도 하나님 뜻임을 겸허히 받아들인 목사는 임종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어머니를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죽음을 통해서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 길은 가히 목사다웠다. 2002년에 소천한 김용칠 목사의 모습이다.

▨… “내가 이 세상에서 몇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논문 몇 편으로 유명해지다니 정말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던 아인슈타인이 노년에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 의사들이 수술을 통해 목숨을 구하려고 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조용히 말했다. “수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별로입니다. 나는 내 몫을 다했고 이제 갈 때가 되었어요. 우아한 모습으로 가고 싶습니다.”

▨… “벼슬이란 반드시 체임(갈아냄)되는 것이다. 체임되어도 놀라지 않으며, 벼슬을 잃고도 못내 아쉬워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그를 존경할 것이라.”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의 물러남의 도리를 밝혔다. 장부를 청렴하고 명백하게 마감하여 뒷걱정 없게 하는 것이 지혜 있는 선비의 행동임도 밝혔다. 벼슬 버리기를 헌신짝 버리듯 해야 하는데 해임을 슬퍼한다면 부끄럽지 않겠는가고도 물었다.

▨… 노을은 아름답다. 한낮의 햇빛이 강열했다면 그 비례만큼 지는 해는 장엄하기까지 하다. 마지막을 맞는 아인슈타인의 우아함이나 죽음마저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김용칠 목사의 태도는 그래서 범인들에게는 차라리 장엄하기까지 하다. 지신(持身·몸가짐)이라는 말의 의미가 선비라고 다르고 목사라고 다를까. 옛 선인들이 말했다. 사람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 전 총무인 송윤기 목사는 취임식에서 넋두리처럼 감회를 털어놓았었다. 장기 독재에 입을 앙다물었고 5·18 사태에 눈물을 흘렸다고. 평범한 신학도들과는 다르게 정의에 민감했던 그는 총무직을 물러나서도 교단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총무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이라는 진흙탕에 빠졌는지 안타깝다. 안타까워 하는 이는 사람들만 아닐 것이다. 이쯤에서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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