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매년 1만5413명, 하루 43명, 34분에 1명꼴로 자살하고 있으며 청소년 및 20∼30대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에 자살한 사람은 1만794명, 2001년 1만2277명, 2002년 1만3055명으로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생명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뒤르켕은 자살을??희생자가 자신의 적극적인 혹은 소극적인 행위의 결과가 직간접으로 가져 올 죽음의 결과를 미리 예견하고 행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자살에는 사회 환경과 정신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만 탓할 수는 없지만 오늘 우리 사회는 많은 착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는 생존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에게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어 도태시킨다. 생존경쟁에서 살 수 있는 자만이 살게 하라는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와 구호는 사회를 약육강식의 격전장으로 전락시킨다.
여기에다가 취업난, 정리해고, 구조조정 같은 대량 실업사태는 모두가 죽지 않기 위해서 일부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로 약자들의 일탈(deviance)이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는 개인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정의에 호소하기보다는 자살로 끝을 맺게 했다. 무자비한 사회는 희생을 당한 사람을 옹호하기보다는 비난함으로써 자기를 탓하도록 한다. 이렇게 죽음의 문화인 경쟁주의, 물질주의, 쾌락주의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경제적인 풍요는 삶의 신성보다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하면서 ‘살 가치가 없는 인생’도 존재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주입시켜 이렇게 살 바에야...”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방조한다.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이해는 자살을 죽을 권리’라는 일종의 권리 행사로 보게 한다.
이것은 안락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므로 우리는 생명의 주인이 아니라 생명을 맡은 청지기다. 자살은 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것을 찬탈하는 악한 행위다. 그리고 삶의 존엄성은 우리의 교육 정도나 성취한 업적이나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이 동일하게 부여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에 있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관점에서도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목회적인 관점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정이 깨졌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회 경제적 억압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살을 일종의 의사소통의 최후적인 수단으로 선택한다. 그러므로 자살은 도움과 관심을 구하는 부르짖음이요, 그들이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느끼느냐를 말하려는 몸부림이다. 이들이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고서도 그들의 소리를 들어 줄 수 있는 사회기관이나 이웃이 있었다면 자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사회의 어떤 기관도 심지어 교회조차도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자들이 목회자나, 자신의 가족에게조차도 자유스럽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교회나 목회자는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고 그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처럼??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 초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녀들을 교육할 때 고통이나 어려움이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을 미리 잘 가르쳐 주어야 한다. 고통을 잘 처리하면 인생이 오히려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너무 나약하게 키워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성공위주의 왜곡된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내몰아서는 안 된다. 부모들은 생명위주의 가치관을 재정비하고, 자녀들에게 언제 어떤 모습이든지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 줌으로 자녀들의 자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생명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26일 한국생명의전화가 주관하여 자살예방을 위하여 ‘2011 생명사랑 밤길걷기’를 진행했다.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동이 틀 때까지 가족, 이웃, 성도들과 함께 밤길을 걸으며 삶의 희망과 용기를 나누었다. 이런 운동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생명력이 약동하였으면 한다.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일이다. 기독교가 사회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어둠을 몰아내고 생명의 운동을 일으켜야 하겠다. 기독교는 사랑과 생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