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아직 60이 되지 않은 어느 중견 목사가 은퇴를 결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이유를 물었다. “첫째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요, 둘째는 교회가 성장하지를 않으니 장로님들이 답답해하시기도 하고요.” 대답하면서 자신의 말이 자신이 생각해도 난감하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목회 열정, 소명감, 역사의식 모두 남다르게 투철했었는데 무엇이 그를 그토록 지치게 만들었을까.

▨… 몇몇 교회를 제외하고서는 교단 내의 대부분의 교회는 외적인 성장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뒷걸음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것은 비단 우리 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 전체가 부닥치고 있는 어두운 현실이다. 무엇이 한국교회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소명감 하나로 개척에 뛰어들던 젊은 목사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것일까. 성령의 역사를 갈구하는 목소리는 아직도 뜨겁기만 한데….

▨… 우선은 교회 건물이 웅장하고 화려해야 사람들이 그래도 찾아온다고 한다. 대출을 받고 빚을 내어서라도 교회 건물부터 번듯하게 지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목회자들의 모습이다. 빚을 얻어 교회 건물을 짓기는 했지만 더 이상은 지탱할 수가 없어 교회를 떠나야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오늘의 목회현장이다.

▨… “지금의 한국교회 안에는 종교적 부르조아화의 현상이 드러나고 있으며 기독교 귀족계급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현상은 이제 성직도 일종의 직업으로 전락하여 상품처럼 흥정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스도의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하게만 되어가고 있는 도시교회를 보고 그리스도께서 기뻐하실까? 하고 회의를 해본다”(김종렬·한국교회의 귀족화 현상)

▨… 교회는 성장해야 하고 교회성장운동이 일구어낸 성과는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목회의 진정한 의미는 믿음의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을 이웃과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진실하려 하고 있는지에 있음을 많은 목회자들은 흔들림 없이 믿고 있다. 목회자의 영성은 결코 교인 수나 교회의 크기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이여, 그대들이 있어 한국교회는 아직도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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