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의 목사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한국교회사에서 가장 성공한(?) 목회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조금 지나친 예단일 수도 있겠지만, 열에 아홉은 아마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의 이름을 거명할지도 모르겠다. 소속 신도 수가 얼마나 되는 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일군 업적에는 성공이라는 비성서적 수식어까지도 제격일 수 있을 것이다.

▨… 그 조용기 목사가 말했다고 한다. “저는 이 교회를 세울 때 천막치고 가마니 깔고 피와 눈물과 땀으로 교회를 시작해서 50년을 이 교회에 헌신했다. 내가 이제 와서 교회 돈 빼먹으려고 한다니 미친놈이 아닌 다음에는 그런 일 안할 것이다.” “제가 바보 같아도 실제 바보는 아니다. 우리 집사람이나 우리 애들이 성자는 아닐지라도 도둑놈은 아니다.”

▨…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라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는 승용차의 상석 자리를 늘 비워둔 채 이용했다고 한다. 누가 그 이유를 물을 때면 “그 자리는 성령님의 자리”라고 못 박으며 범접을 금하였다는 것이다. 성령의 임재를 그만큼 강조하던 그의 입에서 ‘바보’, ‘미친놈’, ‘도둑놈’이라는 단어가 마구 쏟아졌다. 화가 난 것일까, 내 손으로 세운 교회인데 라는 억울함이 솟구친 것일까.

▨… “천막치고 가마니 깔고 피와 눈물과 땀으로 교회를 시작했다”는 그의 말 속에서 그를 목회의 롤모델로 삼았던 많은 한국교회의 목사들이 차라리 절망하고 있음을 그는 알기나 하는 것일까. ‘나’만 있고 ‘주님’은 없는 그의 울분이 작은 교회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오늘의 많은 목사들에게 안겨주는 좌절의 크기는 ‘오백억 원’이라는 돈이 주는 상처보다 더 크다는 것을 짐작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 언제인가 한국리더십센터라는 곳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존경받는 종교인의 명단을 발표했었다. 첫째 법정, 둘째 김수환 순이었다. 물론 연예인이 인기 순위에 집착하듯 존경의 순위에도 차례를 부여한다는 것이 속물적인 발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역시 개운하지는 않다.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는 분들이 누구보다 존경받는 이들이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조용기 목사의 추락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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