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지방회에서 재적 세례교인수를 너무 심하게 불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요컨대 가짜 교인을 만들어서 총회 대의원을 가짜로 파송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짜 총회 대의원이 총회를 마구 뒤흔들어 놓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보도를 본 대의원들의 표정은 의외일 만큼 심드렁하다. 교단 지도부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인 데라는 듯 담담하기만 하다. 관행이며 묵계된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 심리부가 인정한 총회 대의원 자격은 법적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설령 조작된 세례교인수에 의해 파송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유효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심리부가 세례교인수를 일일이 현장에서 대조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니 세례교인수가 지방회의 필요에 따라 춤추는 사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 춤추는 숫자를 서류상으로 허점 없이 어떻게 맞추냐는 지혜(?)가 갈수록 개발될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 하나님의 종이라는 목사들이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르고 싶어 저질렀겠는가. 제도의 허점 때문에 빚어지는 일에 대한 무관심은 그 제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든 구성원의 책임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방회의 세례교인 허위보고는 대의원 수를 결정하는 우리 교단의 지금까지의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만큼 우리 교단의 법과 행정은 무질서하고 전근대적이다.
▨… 세례교인수 허위보고는 제도가 어떻게 교단과 법을 모욕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총회는 목사들과 장로들이 구성하는 성직자의 사회다. 이 사회가 스스로 품위를 내동댕이친다면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고 사람들 앞에서 낯 뜨거운 일이다. 아비샤이 마갈릿에 의하면 품위 있는 사회는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게 하는 사회다. 총회 대의원 파송 제도가 더 이상 교단과 성직자를 모욕하지 않아야 한다.
▨… 현 총회비의 절반 정도를 세례교인의 부담금으로 하고 나머지는 경상비의 퍼센트로 결정해서 보고된 세례교인수에 따라 총회 대의원을 파송하도록 해도 세례교인수가 춤을 출까. 알레스데어 맥킨타이어는 “도덕성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의는 정의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제도가 더 이상 교단과 성직자를 모욕하지 않는 대의원 파송방법을 총회는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