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에서 11년 한결같이 섬겨

서울 강남의 판자촌, 구룡 마을을 11년 동안 한결같이 섬기고 봉사해온 교회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서울강남지방 조은교회(편대영 목사)는 1997년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구룡마을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사랑과 나눔을 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조은교회는 출석성도가 70~80명 가량의 작은 교회이지만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기 위해 한마음봉사회(회장 민두식 집사)를 조직해 구룡마을을 11년째 섬기고 있다.

확장보다 섬김이 더 절실
조은교회는 상가 임대교회로 월세의 부담을 갖고 있지만 건물 확장이나 건축보다는 봉사하고 섬기는 기독교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 구룡마을 봉사와 구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봉사회원들이 매달 한 두 차례 독거노인들을 찾아 말벗도 되어주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매달 6만원의 생활비도 보조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는 난방비도 지원하고 보일러 공사 등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차량 봉사도 봉사회가 맡아왔다.

사실, 강남의 판자촌 구룡마을은 명절이나 성탄절 등 잠깐 찾는 인파는 넘치지만 그들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해주는 이웃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한마음봉사회는 자주 찾아주고 함께하는 것이 구룡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섬김을 실천하고 있다.

꿀맛 같은 만남과 사랑
정기 방문은 매달 한두 번 정도다. 후원 가정마다 방문해 노인들의 건강이나 어려운 점이 없는지 살피고, 한달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18일에도 조은교회 한마음봉사팀이 장마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후원가정을찾았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도 없어 봉사회가 찾아가는 곳은 구룡마을에서도 가장 어렵게 사는 노인이 홀로 사는 집이다. 집이라야 판자 아래 한평 남짓하지만 봉사자들이 찾는 날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이날 처음 방문한 이갑순 할머니(76세)는 5년 전 얼굴이 동상이 걸린 채 교회를 찾아온 것이 인연이 돼 봉사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당시에는 난방이 안돼 동상이 걸릴 정도로 추위에 마냥 노출되었지만 5년전 봉사회에서 연탄보일러를 설치 해준 덕분에 이제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에는 조은교회에서 가정의 달이라고 보너스로 20만원을 선물해 너무 기분이 좋고 고마웠다”면서 연신 웃음으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다음에 또 올거죠?
이철명 할아버지(88세)는 10년 넘게 봉사회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11년을 찾아가도 꼭 하는 말이 있다. 그는 “늙은 노인네 찾아줘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도 또 올 거죠?”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한마음봉사회 총무 서명심 집사는 오늘도 할마니 할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봉사들이 그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오늘도 그녀의 가슴을 때렸기 때문이다.

동네 인심과 사람들의 인정도 예전 달동네 같지 않다고 한다. 쌀과 연탄 등 구호물품도 마을 차원에서 받으면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민 집사는 귀 뜸 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많다는 것이다. 조은교회가 직접 방문해서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마음 봉사회는 꾸준하게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물론 특별한 일이나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구룡마을로 출동할 태세도 갖추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작은 사고나 질병 등으로 호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집집마다 전화기 근처에는 봉사회 대표 민두식 집사의 핸드폰이 커다랗게 적혀 있다.
11년째 이어지는 조은교회의 아름다운 동행은 판자촌 사람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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