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시들해져버렸지만 프로 권투는 대체로 12회전을 예정하고 싸운다. 한 펀치에 넉아웃되어 1회전이 시작되자마자 끝나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경기가 판정까지 가야 할 때는 피투성이가 되어도 12회전을 싸워야 한다. 비싼 입장료를 낸 관중의 입장에서는 시작되자마자 끝나버리는 경기는 너무 싱거울지도 모른다. 홍수환 선수의 4전 5기 신화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 어느 해인가의 총회에서 어느 지방회의 대의원 배정이 서무부에 집중된 적이 있었다. 그 사실을 눈치 챈 다른 지방회가 상식선을 무시한 채 서무부 배정 대의원 수를 대폭 늘렸다. 서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대의원들이 눈에 휘둥그레 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안건을 염두에 둔 꼼수였다. 교단을 염려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지방회 정치가 빚어낸 진흙탕의 일전이었다.

▨… 항존부서와 위원회의 위원들 명단이 공고되었다. 다수 공천위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어 총회장의 공고 명단과 함께 수용할 수 없다는 단체 반발이 동시에 지면을 장식했다. 신문을 보던 어느 젊은 목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사렛에선 도무지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나요?” 그 젊은 목사에 의하면 공고와 반발은 총회장과 공천위원 몫이지만 그 내면에는 지방회의 암투와 지역싸움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 정말일까? 그 명단에는 어느 지역 출신들이 유독 많고, 어느 지방회 소속 인사들이 대세를 장악하게끔 되어 있다는 말이… 아닐 것이다. 성결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그렇게 일을 매듭지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시안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비뚤어져 보이듯이 진흙탕을 뒹구는 이들의 앞뒤를 가리지 않는 모습에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그렇게 보이게끔 되어버린 것일 게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청연 이후백이 이조판서가 되었을 때 무엇보다 인사에 공정하기를 힘썼다. 하루 일가되는 이가 벼슬을 구하였다. 이후백의 안색이 변하더니 수첩을 내어 보이며 말하였다. “내가 자네를 관직에 천거하려 이름을 적어두었었는데 잘못 생각했었나 보네.” 그 일가되는 이가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 총회장을 둘러싸고 뻔뻔하게 자천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들은 성결을 말하기 전에 부끄러움을 먼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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