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기독교회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글이 있어 흥미롭다. James D.G. Dunn(1939~)의 Jesus Remembered(Eerdmans, 2003) 이나 Nicholas Thomas Wright의 The New Testament and the People of God(Society for promoting Christian Knowledge Holy Trinity Church, 1992) 등이 그것이다.

이 저서들은 전반적으로 기독교의 근원을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현실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평신도들에게는 이 둘 사이의 관계가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에 따로 특별히 증명할 필요에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겠지만, 전문적인 내용으로 조금만 더 깊이 살펴보면 이 관계에 대하여 의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형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교회와 역사적 예수의 연관성을 인정하며 이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이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사실 요즘 학계의 현실이다. 더 나아가 우리들은 이들의 노고에 힘입어서 교회의 구속사적 의미를 이스라엘의 역사적인 현실로 부터 증거 할 수 있는 토대를 얻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디에서 그 기원을 찾아야 할 것인가? 교회의 기원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모인 공동체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사도행전에 기록된 대로 마가의 다락방에 임하신 성령의 강림으로 부터일까? 마태복음 16:18~19절, 베드로를 두고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 때문에 혹자는 교회의 시작을 사도적 공동체로부터 찾고자 한다.

하지만 사실 이 대목은 부활절 이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와 부활절 이후 교회 공동체 사이의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하시는 말씀으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교회란 부활절 이후 성령의 강림에 의하여 탄생한 종말론적 구원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우리를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신 그 구원의 경륜은 우리들 개인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려고 한다는 것이 교회의 책인 성서의 이해이다. 구약의 메시야는 성령을 받은 하나님의 종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예수께서 회당에서 읽으신 그 대목은 이 메시야 약속에 상응하게 자신이 메시야 됨을 주장하시는 것으로(특히 사 11장 1~5; 사 61장1~3 쭺 눅 4장18~19)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또한 교회의 기초를 놓은 오순절 다락방 사건은 마지막 날, 곧 여호와의 날(구원과 심판의 날)에 약속으로 주어진 성령의 강림이 성취(요엘 2장 28~32 쭺 행전 2장)된 것으로 교회는 그렇게 스스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창조하시고 아들이 대속을 완성하셨다면 이제 성령께서 구체적으로 우리 안에서 교회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심으로써 그 사역을 완성하신다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란 그 어떤 협약에 의하여 구성되는 사회적 공동체가 아니며 사람들의 자격이나 그들의 동의에 의하여 형성되는 모임이 아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구속 경륜 속에서 탄생하게 된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인 것이다. 

이러한 교회생성의 근거에서부터 교회 자신은 스스로를 이 세상에 파송된 약속의 공동체로 이해하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의 메시야적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이 세상으로부터 구분되어 세워진 공동체인 동시에 이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다.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메시야적 백성으로서 왕 같은 족속들인 것이다.

동시에 이 교회는 이 땅위에서 수난을 감당하며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려는 그리스도의 몸이기도 하다. 동시에 마지막으로 이 교회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인 새 하늘과 새 땅을 자신 안에서 이루어 가는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 성령의 전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 속에서 죄인들 속에서 죄인으로 존재하지만 그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다. 웨슬리가 성도의 거룩함을 논하면서 우리가 이 교회 공동체 안에 있으므로 거룩하다고 불리는 이유를 오로지 그리스도의 거룩하심에서 찾은 것처럼 우리는 교회와 더불어 오히려 희망의 끈을 발견하고 성령의 능력 안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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