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검은머리 갈매기는 집단을 이루어 서식하는데 둥지와 둥지 사이의 거리가 수십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집단서식이다 보니 매번 먹이가 풍족할 수 없어 어떤 녀석은 다른 녀석이 먹이를 찾아 집을 떠났을 때 빈 둥지를 습격해서 어린 새끼를 삼켜버리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자기 알을 구별하지 못해 다른 놈의 알도 품으므로 자기 새끼를 삼킬 수도 있을 텐데 자기 둥지의 새끼만은 손대지 않는다고 한다.

▨… 교회를 검은머리 갈매기의 둥지로 비유한다면 망발일 것이다. 1960년대에는 한집 건너 다방으로 다방 사태가 빚어졌었는데 오늘은 한집 건너 교회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예수님께서는 땅 끝까지 이르러 나의 증인이 되라는 유언이 성취되어지고 있다고 과연 기뻐하실까.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감당하시면서 까지 이루려 하셨던 것이 오늘의 모습 이대로의 교회일까.

▨… 어느 교회가 둘로 나뉘어졌다. 빚은 상당히 있었지만 예배당도 신축한 교회였다.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교회를 창립했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지방회 설립을 허락받지 못한 모지방회(?)가 교회창립을 결의할 수는 없었을 터이고 아마도 새 교회 창립을 원하는 사람들이 저들을 무턱대고 업었을 것이다. 예배순서에 지방회장이란 공식명칭이 박힌 것을 보면 총회가 은연중에 지방회 설립을 인정하는 언질을 주었는지도 모르지만.

▨… 어떻게 세워지든 교회만 세워지면 되는 것일까. 모로 가더라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발상은 성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것일 수는 없다. 모로 가서는 서울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골고다의 십자가에 이를 수는 없다. 검은머리 갈매기도 아니고 아무 둥지에서나 알을 낳고 아무 알이든 마구 품을 수는 없다. 교회는 검은머리 갈매기의 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이다.

▨… A라는 지방회가, 지방회 자격은 묻지 않는다하더라도, B라는 지방회 안에 교회를 설립하려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회를 나누는 상처와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회의 지역배정도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모로 가는 발걸음이나 다름이 없다. 총회가 모로 가는 발걸음에 장단이나 맞추는 고수일 수야 없지 않은가.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