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양정 박사 발제...“개인적 성화가 사회 변혁의 기초” 강조

18세기 웨슬리의 사회적 변혁운동은 철저히 개인구원에 기초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한국성결교회는 개인적 구원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 성결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내면적인 성결을 사회적 성결로 옮겨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는 지난 5월 13일 개교 100주년 기념 웨슬리 회심기념 신학강좌를 열고 개인의 구원과 사회적 성결의 관계성을 조망했다. 최근 한국교회가 사회 변혁은 커녕 오히려 사회적인 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개인적 성화를 통해 사회적 변혁을 이룬 웨슬리의 균형된 영성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이날 ‘존 웨슬리와 사회적 성화’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김홍기 박사(감신대 총장)는 개인적 성결이 사회적 변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를 독일의 경건주의에서 찾았다. 김 박사는 “독일의 경건주의는 개인 변혁을 통한 세계 변혁을 희망했지만 개인 구원에 더 집중하고 내세지향적·현실도피적·비정치적·이원론 신앙에 머물러 세계 변혁에 아무런 기여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경건주의에 영향을 받은 웨슬리는 개인적 성화와 사회적 성화를 함께 중요시 여겨 18세기 영국의 심령부흥운동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사회변혁운동까지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웨슬리의 개인구원과 사회변혁의 신학적 기초는 ‘성화사상(sanctification)’에 있다”고 강조했다. 성화는 개인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며, ‘생활의 성결(Holiness of life)’, 곧 세속에서 분리된 성별의 힘을 갖고 세속을 찾아가는 성육신적 참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웨슬리는 산상수훈의 ‘빛과 소금’을 설교하면서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종교이다. 고아와 과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을 섬길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으며, 당시 병자 방문, 국민건강 계몽운동, 무료 진료소 운영, 나그네 친구회(사회복지센터), 학교 운영(킹스우드), 신용조합 운영, 절제 운동, 노동 운동, 여성해방 운동, 노예해방 운동, 교도소개혁 운동 등을 사회적 성화의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김 박사는 이러한 웨슬리의 사회적 성화에서 한국교회 갱신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한국교회가 구원론 중심에 성화론을 끌어들여, 구원의 출발(의인과 거듭남)보다 구원의 과정과 영적 성장·성숙을 의미하는 성화를 더 중요시하고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동적 성화와 능동적 성화를 통해 신앙의 행동화, 생활화의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앙제일주의(solafideism)에서 믿음이 행함으로 나타나는 행동주의의 ‘산 신앙’으로 거듭나고,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이원화에서 벗어나 ‘총체적인 구원’을 말하며, 자본주의 병폐인 이기주의적 신앙에서 더불어 살고 나누는 신앙으로 발전해야 함을 지적했다. 특히 복음주의 차원에서 웨슬리의 희년 경제윤리, 즉 청지기 정신에 바탕을 둔 재산상속 반대 캠페인, 현실도피·묵시문학적 종말 신앙에서 탈피해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 웨슬리가 강조한 사회봉사·사회변혁·희년경제운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박사의 발제에 대해 한영태 교수(서울신대 전 총장)는 “우리 성결교회는 지난 날 주로 개인의 구원(성화)을 강조한 면이 있다”면서도 “웨슬리의 주된 동기는 사회적인 사상과 활동이라기보다 종교적이었고 그는 박애주의자에 앞서 전도자였다”고 논찬했다. 웨슬리가 사회참여나 개혁에 적극적이었지만, 이는 구원받은 자의 청지기직에 관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존 웨슬리의 영성’에 대해 발제한 양정 박사(학동교회)는 한국교회의 성장 둔화와 감소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영성회복으로 꼽았고, 한국교회의 영성적 모델을 웨슬리안 전통에서 찾았다.
다양한 영성의 스펙트럼을 경험한 웨슬리에게서 영성이란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여 거룩과 의로움 등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하나님과 이웃과 같이 사는 거룩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양 박사는 설명했다. 양정 박사는 또한 성령의 힘에 의지해 ‘성화’의 길에서 스스로 거룩해져서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성결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하나님은 전가된 의로 외형만 거룩하게 덮어진 성도와의 사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도움을 얻어 성화의 길을 걸어 자신의 내면까지도 거룩하게 된 ‘심어진 의(imparte d righteousness)’가 있는 자와 영적 사귐을 원하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 박사는 “하나님께서 모든 자에게 자비를 베풀 듯, 구원받은 성도들도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넘쳐 이웃에게 더욱 자선을 할 수 있고 이는 ‘사회적 성결’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 외적으로만 의로운 자가 아니라 실제로 의로워지는 도덕적 형상 회복을 강조했다.
양 박사는 이런 영성생활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기도, 성경탐구, 구제 등 은혜의 수단에 적극 참여하는 생활, 수도원적 영성과 사회적 영성, 순간적 성화와 점진적 성화를 함께 추구해온 웨슬리의 영성생활을 제시했다.
박창훈 교수(서울신대)는 “웨슬리는 사회적 성결을 영국 전체 사회에 성결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교회 내의 관계적(공동체적) 성결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신자는 교회를 통한 공동체적 훈련을 통해 개인주의적 신앙생활을 극복하고 사회를 향한 강력한 영성의 능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