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군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발표 말미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제 정의는 실현됐다”고 선언했으며 빈라덴의 시신은 이슬람의 전통에 따라 바다에 수장했음을 밝혔다. 빈라덴의 사살 발표에 수많은 미국 시민들은 9·11 테러의 비극의 현장인 맨해튼에서 ‘유 에스 에이’를 외치며 환호했다.

▨… 오사마 빈라덴. 아라비아의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수 억 달러(추정)의 재산을 물려받았음에도 그는 어떻게 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가 되어야만 했을까. 비이슬람적 시각에서 보면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테러리스트이다. 그러나 이슬람의 시각에서는 그는 이슬람을 수탈하는 세력에 대한 단호한 저항자이고 지하드(성전)를 위해 생명과 재산 전부를 던진 순교자이다. 서둘러 시신을 수장한 이유가 그것을 말해준다.

▨… 체 게바라. 서른 아홉 해의 짧은 생애를 산 아르헨티나 태생의 이 의사는 장래가 보장된 자신의 내일을 버리고 억압 당하고 수탈 당하는 민중의 내일 속으로 뛰어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10센트짜리 싸구려 시가를 물고 긴 머리털 위에 검은 베레모를 얹고 덥수룩한 수염을 손질하지 않은 모습으로 이 혁명아는 라틴아메리카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미래 모두를 던졌다.

▨… 이태석. 겨우 마흔 여덟 해를 산 이 신부는 어린 시절 너무도 가난한 산동네에서 자라면서 동네 성당을 유일한 놀이터로 삼았었다. 그는 암 선고를 받은 후 일주일 만에 아프리카 수단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 음악회에 나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너의 마음 나를 주고 나의 그것 너 받으리. 우리의 세상을 둘이서 만들자.” 그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자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 로버트 슐러, 그 유명한 수정교회의 목사. 조용기, 세계 최대 교회의 목사. 길자연, 대통령을 무릎 꿇려 기도케 한 목사 등등, 우리 기독교에는 모두가 그 이름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예수를 위해, 힘없는 민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던졌다는 이의 이름은 왜 들려오지 않는가. 빈라덴의 주검이 오히려 우리를 숙연하게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가슴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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