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자연 중에서 가장 약한 한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짓누르기 위해,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증기, 물 한 방울이면 그를 죽이기에 족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짓누른다 할지라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한결 고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그리고 우주가 자신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무것도 모른다.”(파스칼·팡세, 이환 옮김)

▨…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할 때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는 흔히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인간은 약하지만 유일무이한 이성적 존재라는 것이 서양철학의 인간 이해의 바탕이었다. 그러므로 서양철학은 이성을 인간 속에 깃들인 신적인 능력으로 이해해 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비드 흄은 이성의 영원불변성 및 그 신적 기원은 이성의 최고의 장점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었다.

▨…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면 인간은 자신의 준칙이 하나의 보편적 법칙이 되기를 바라는 도덕적 의무감 속에서 행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성적 인간은 자신의 행위를 보편적 합법칙성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인간의 행위를 판단하면,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비이성적 말놀음이다.

▨… 한국교회의 유수한 지도자(?)로 손꼽히는 어느 분이 회개의 고백을 했다. 2008년에 선거에 나섰을 때는, “금권선거를 예방하기 위해 후보자들이 선거직전에 합숙하자”는 제안까지 했었지만 패배하는 바람에 2009년에는 돈을 쓸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서 마침내 당선이 되었었다는 것이다. 그의 회개가 진정한 회개였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 가관이다. 그만큼 또 부끄럽다. 한국교회의 내노라하는 지도자들의 모임의 회장 직무대행이 변호사라는 사실 앞에서 한국교회는 무엇이라고 회개해야 하는 것일까? 굳이 신앙적 언어인 회개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성적 인간이라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비이성적 행위를 천연덕스럽게 자행하던 놀음이 아직도 계속되는가. 십자가를 부끄럽게 만드는 이들에게 이제는 과감하게 ‘아니오’를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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