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를 구원하소서! ‘swthvr(소테르)’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절제와 금욕의 신앙적 결의를 다지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이번 사순절 기간에 일본의 대재앙에서 깨닫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류를 구원할 존재는 과학기술문명이나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오만한 이성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구원은 죄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대 세계에서 구원자 혹은 구세주를 뜻하는 ‘swthvr’(소테르)는 질병, 전쟁, 사고 등 세속의 악으로부터 구해주는 존재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 철학에서도 구원자와 연관된 구원(soteria)이라는 말이 플라톤(Platon)의 문헌에서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법률’, ‘크리톤’, ‘편지들’ 등에서 ‘소테리아’는 ‘안녕’(安寧), ‘안정’(安定)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통치자의 덕(탁월함)에 따른 정치적인 왕권의 안정이나 신이 가져다주는 안녕을 나타내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서 로마제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던 1세기에는 로마 황제 시저가 전쟁을 종식시키고 온 세계에 평화와 구원을 가져다준 진정한 구세주(swthvr)라는 ‘시저의 복음’(the gospel of Caesar) 이데올로기가 지중해 세계와 로마 대도시(고린도, 빌립보, 데살로니카, 에베소, 안디옥 등) 마다 널리 보급되어 있었다. 제1대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BC27-AD14)는 로마 최고의 신 주피터의 신적 대리자이며 그의 후계자 황제들도 지상의 신적 대행자로서 온 세계를 통치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선전하였다. 그 결과 그 당시 사람들은 로마 황제가 인간으로서 신성을 가지고 있는 주(Lord)이며 신이라는 황제숭배사상을 믿었다.

소아시아 백성들은 그들의 구원자인 로마의 황제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황제의 신전과 사원을 건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황제 구세주를 경축하기 위한 축제들과 시저 국제경기대회(Ceasar Games)를 그들의 도시에 정기적으로 개최하였다.

이와 같은 고대 철학적 개념과 로마 제국의 황제숭배 선전 용어들인 믿음(pistis, 신약성서에 243번 등장), 구세주(soter, 신약성서에 24번 등장), 주(kyrios, 신약성서에 717번 등장), 재림(parousia, 신약성서에 24번 등장) 등을 차용한 신약성서 저자들은 그 당시 지중해 사람들에게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 분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복음의 역동성을 선포했던 것이다. 특히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2:9~11에서 당시 신성을 갖고 있다는 황제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은 예수를 구주로 고백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병을 치료하고 귀신들린 사람을 구원했으니 영적인 구세주, 세계의 구원자였던 것이다.

인류는 이번 대지진을 통해서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건강하고 깨어 있는 이성과 영성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는 원자력 핵에너지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반성보다는 근시안적 미봉책만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이라는 계산적, 논리적, 추론적 사유만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의 세계, 영적인 세계에 대해서 눈을 뜨고 좀 더 겸허한 자기 자신과 세계를 발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인간의 안정된 삶과 영육의 안녕은 결국 과학기술이나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인간의 질병과 사고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분은 오로지 하나님 밖에 없다는 신앙을 독려하게 만든다.

사실 일본의 대참사는 환경재앙이 아니다. 하지만 자연재앙이 대규모의 환경재앙으로 이어질 뻔하지 않는가. 이미 방사능은 유출된 상태이고 우리는 더 이상의 피해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할 뿐이다. 이러한 대자연의 엄청난 힘을 경험할수록 오히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정말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임을 겸허하게 인식하며, 우리를 구원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이 사순절 기간이 ‘주여, 지금 인류를 죄악에서 구원하소서!’, ‘당신만이 진정한 구세주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절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마(水魔, 쓰나미)와 화마(火魔, 원자력 핵방사능 유출)로 찢겨지고 상처 난 일본 열도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도 하나님의 구원이 임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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