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만든 행복한 가정
전화·문자로 남편과 애정 나눠 … ‘자녀 교육’ 최대 고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브이 티 호아(BUI THI HOA, 30세, 하리교회)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연발했다. 한 손으로 네 살배기 딸의 손을 잡고 돌보며 다른 한 손으로 연신 입 주변을 가리고 웃었다.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2008년에 결혼하고 1월에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호아빈에서 태어난 그녀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친구와 함께 옷 가게를 했는데 당시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관련 일을 하던 현재의 남편 이광식 씨(36세)를 만났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친구의 소개로 같이 차도 마시고 데이트도 했는데 나중에 서로에 대한 호감이 결혼에 까지 이른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2008년 1월 남편만 바라보며 고향 땅을 떠나 먼 나라, 한국으로 왔다.

남편 광식 씨는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후 어머니와 형제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먼저 부딪쳐야 할 상대는 어머니였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고 어머니에게 말씀드린 후 사진을 내밀었다. 어머니 최귀남 집사는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사진을 내미는데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 때 어머니의 심정은 ‘무조건 반대’였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최 집사는  자식의 소원을 들어주는 셈치고 결국 결혼을 승낙했고 아들이 두고 간 사진을 보며 “그래도 괜찮네”라고 미래의 며느리와 첫 만남을 기대했다. 어머니 최 집사는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설득했고 주변사람들도 그렇게 다독였다고 했다.

호아 씨가 한국 땅을 밟았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처음 겪은 추운 날씨와 처음 보는 눈을 맞으며 그녀는 인천공항을 거쳐 시어머니가 계신 전라북도 삼례읍 하리로 내려왔다. 며느리는 베트남에서 배운 서툰 한국말로 “어머니, 저 왔어요.”라고 인사했다. 처음 본 시어머니의 첫 말은 “왔냐. 피곤할 텐데 쉬어라”였다. 궁금한 것이 많았을 어머니는 “결혼해서 처음 한국에 왔는데 남편 하나 보고 한국에 왔다고 생각하니 안쓰럽다는 느낌 밖에 안 들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그렇게 시어머니와 동거는 시작됐다. 딸기 농사를 하는 어머니는 평상시 밭에 나가 딸기를 재배하고 삼례IC에서 전주시내로 가는 하리 도로변에서 재배한 딸기를 판매하는 일도 겸해서 하고 있다. 자연히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등 바쁜 일상을 보냈고, 호아 씨는 남편만을 기다리며 홀로된 이국생활을 시작했다. 봄이 되자 시어머니는 “엄마가 바쁘니 도와줄래.”라고 며느리에게 처음 일감을 맡겼고 그렇게 ‘두 모녀’의 새로운 삶을 시작된 것이다.

하리교회가 설치한 ‘맘스완주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그녀의 한국 정착에 큰 도움이 됐다. 2007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맘스완주는 이주여성을 찾아가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회문화체험교실, 부부교실, 재봉틀교실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호아 씨는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다니면서 맘스완주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호아 씨는 ‘베트남에서 밥 한번 안 해 봤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눈썰미가 있어 어깨너머로 배운 음식을 곧잘 해냈고 시어머니에게도 합격점을 받았다. 오히려 그녀의 활동은 성도와 지역 주민들에게 이주여성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 최근에 맘스완주에서 실시한 재봉틀 교육에도 적극 참여해 아이와 커플 옷도 만들고 ‘시엄마의 조끼’도 만들어 줄 정도로 열심이다.

그녀는 남편과 보통 부부들의 일상과 같이 지낸다. 그녀는 ‘남편이 잘해 주느냐’는 질문에 자주 외식도 하고 결혼 직후 함께 한 놀이공원 나들이와 서울 남산 등을 둘러본 이야기를 했다. ‘부부 싸움 많이 해요’라며 말하면서도 특유의 웃음이 멈추지 않는 것은 그들 관계가 어떤지 알 수 있게 한다.

두 부부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자주 연락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서로의 생각을 오해해 실수하는 일도 있다. 어느 날 호아 씨가 남편에게 ‘생우유 사와요’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남편은 ‘새우와 우유’를 사오기도 했고 또 ‘몇가지 사와’라고 했는데 ‘멸치’와 ‘가지’를 사온 적도 있다고 한다. 호아 씨는 남편이 ‘그녀가 문자를 잘못 보냈을 것’이라고 짐작해 다른 물건을 사왔다고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다를 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에 대한 기대도 솔직하다. “애들하고 잘 놀아주면 좋겠어요. 그리구 돈 많이 벌어 이쁜 것도 사주고요….”

지금 호아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네 살 딸과 뱃속에 있는 둘째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에 있다. 자녀 또래의 한국 엄마들이 고민하는 똑 같은 내용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리교회와 맘스완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이주여성을 보다 편하게 대하고 그들의 자녀들을 같이 대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녀들이 더욱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녀는 남편과 함께 2주 동안 베트남 고향에 다녀왔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임신하고 출산하다보니 고향 방문이 늦어졌지만 호아 씨에겐 그리웠던 가족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어소통을 호아 씨에게 의지해야할 남편은 무척 심심했겠지만 말이다.

맘스완주를 운영하는 민경휘 목사는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 이민자들이 초기 정착과정에서 지역생활에 대한 정보부족과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다문화가족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회와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맘스완주도 앞으로의 사역 방향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이 하고 있다. 완주군 삼례읍 하리에서 그녀가 일궈갈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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