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은행, ‘전세사기 피해 채무조정 상담 지원 프로그램’ 진행
이철빈 공동위원장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시급해”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일대 경매 현황. (사진=경매지도 갈무리)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일대 경매 현황. (사진=경매지도 갈무리)

‘빌라왕 김대성’ 전세사기 피해 지역인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일대 경매 매물을 보여주는 지도다. 전세사기 피해가 공론화되고 지난해 6월 특별법까지 시행 중이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임을 인정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어렵게 인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공공주택 매입이나 법률 지원 등 실제적인 도움을 받기 쉽지 않고, 사실상 근본적인 피해 해결이 어렵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괴로움만 이중삼중으로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카페바인 필동에서 진행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일문일답 간담회’.
지난 2월 2일 카페바인 필동에서 진행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일문일답 간담회’.

지난 2월 2일 희년은행이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초청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일문일답 간담회’를 마련한 이유도 홀로 고민하며 자책에 빠져있을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돕기 위해서다.

전세사기를 최초 인지했을 때의 구체적인 행동 요령부터 담담히 설명하기 시작한 이철빈 위원장도 ‘빌라왕 김대성’ 전세사기 피해자다. 그가 계약했던 집은 서류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실상은 정부가 공인한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인 임대인이 고액의 세금을 체납해 보증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는 곳으로 입주한 지 3개월여가 지나자 가압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이 위원장은 “모든 피해자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전세사기 피해를 인식하게 되면 엄청난 충격에 휩싸기에 된다”며 현재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피고, 극단적 비관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 해결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만큼, 가급적 일상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들은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게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은 너의 잘못이다’이라는 식의 2차 가해를 가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사기 피해자 유형도 다양해 그에 따라 대응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증보험 미가입의 경우에도 △선순위 임차인 △후순위 임차인(소액임차인) △후순위임차인(소액임차인이 아닌 경우)인지와 함께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 발생 우려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 등에 따라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나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

이 위원장은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후순위 임차인일 경우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경매가 시작돼 낙찰이라도 되면 쫓겨날 수밖에 없다. 기존 전세대출을 연장하고 버팀목 전세대출이 아닌 경우 대환대출을 신청해 시간을 벌면서, 같은 임대인의 다른 피해자를 찾아 형사고소 접수도 해야 한다”면서도 “후순위 임차인에게는 사실상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했다.

다가오는 2월 28일은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유서를 남긴채 유명을 달리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중 첫 희생자의 1주기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년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누적된 결과가 지금의 전세사기 대란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생기고 있다”며 전세사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

희년은행은 지난 2월 2일부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채무조정 민간단체 네트워크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 채무조정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떠안게 된 채무에 대한 실제적인 대처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5일 기준으로 93명이 신청한 상태다.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배정된 상담사가 기초상담을 바탕으로 심층상담을 진행한다. 필요 시 채무조정 담당 공공기관 및 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 등과도 연계해 지원한다. 1차 상담 기간은 2월 2일부터 3월 31일까지로 상담비는 무료다. https://bit.ly/전세사기채무조정상담에서 신청할 수 있다.

김재광 희년은행 센터장은 “전세사기는 남의 일이라거나 교회 바깥의 일이 아니다. 피해자 대부분이 1인 가구 청년들이나 신혼부부다. 우리 이웃들의 문제이고, 공동체 지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사회안정망을 좀 더 두텁게 만들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도 교회가 나서서 해야할 일”이라며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전세사기 피해 채무조정 상담 지원 프로그램.
전세사기 피해 채무조정 상담 지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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