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9개 교회....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
공유교회, 경제적 부담 크게 줄이고
연합 사역으로 목회 외로움도 덜어  

시와사랑이있는교회 박경철 목사 '공유 예배당' 개척
"공유교회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에게 최고의 선물"

최근 하나의 예배 공간을 두 개 이상의 교회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작은교회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더 어려워 졌는데, ‘공유교회’가 기댈 곳 없는 목회자들에게 다시 목회할 용기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교회의 연대 ‘공유 교회’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존폐 위기의 교회들이 늘어나면서 ‘공유 예배당’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예배당도 공유가 가능한 것일까? 한 지붕 9개 교회가 공존하는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을 방문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9개 교회 품은 ‘코워십 스테이션’

공유교회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은 김포에 위치해 있다.  코워십 스테이션(Co-Worship station)은 기차가 시간에 맞춰 잇달아 출발하듯 한 공간에서 교회들의 예배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이곳에서는 주일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1시간 30분 단위로 시간을 맞춰 9개 교회가 예배를 드린다.  

김포에 위치한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에는 교파를 초원한 9개 교회가 한 지붕 아래서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다.
김포에 위치한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에는 교파를 초원한 9개 교회가 한 지붕 아래서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다.

김포명성교회 ‘공유 교회’ 씨앗 뿌려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은 김포명성교회(김학범 목사)가 2019년 창립 20주년을 기점으로 ‘작은교회를 돕기 위해’ 시작한 공유교회 플랫폼이다. 교회 건물을 매각해 공유예배당으로 사용할 공간을 마련했고, 이를 운영할 선교단체 ‘어시스트 미션’(사무총장 김인홍 장로)을 설립했다. 처음엔 르호봇 한 곳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인근에 ‘엔학고레'라는 두번째 공유교회도 문 열어 서로 다른 교단 소속 15개 교회가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교단 '시와사랑이있는교회' 박경철 목사가 주일 예배에서 기타를 치며 찬양하는 모습.
우리 교단 '시와사랑이있는교회' 박경철 목사가 주일 예배에서 기타를 치며 찬양하는 모습.

시와사랑이있는교회(박경철 목사)도 '공유'

우리 교단 서울강서지방회 소속 시와사랑이있는교회(박경철 목사)도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예배당을 공유해주어 살길을 찾았다. 박경철 목사는 2020년 4월 시와사랑이있는교회를 개척해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 초기 멤버가 됐다.

시와사랑이있는교회는 르호봇 코워십에서 어시스트 미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기초를 다졌다. 어시스트 미션은 건물 관리, 임대료와 관리비, 멀티미디어 담당자를 지원하는 등 교회 행정 전반을 책임져 안정적으로 목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처음 1년간은 매월 임대료 및 관리비도 10만원씩만 냈다. 사역비도 못받는 개척교회로서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시와사랑이있는교회 주일 예배 모습. 왼쪽에는 타 교회에서 파송 받아 반주와 예배 영상 작업을 돕는 청년들.
시와사랑이있는교회 주일 예배 모습. 왼쪽에는 타 교회에서 파송 받아 반주와 예배 영상 작업을 돕는 청년들.

작은교회에 희망 주는 ‘공유 교회’

12월 마지막 주일에 김포한강 신도시 구래역 인근의 상가건물 7층에 있는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을 찾았다. 온·오프라인 예배가 동시에 진행되어 예배 현장에는 기자를 포함해 단 3명만 자리를 채웠는데도 박경철 목사는 기타를 둘러메고 힘차게 찬양을 시작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예배 참여인원이 적었지만 그래도 활기가 넘쳤다. 예배당에서 마음껏 예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1년 넘게 공유교회에서 목회하다 보니 체험하는 순기능이 적지않다고 했다. 그는 “가장 큰 장점은 개척교회나 작은교회들의 고질적 문제인 경제적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장점은 “이곳에 둥지를 튼 교회들은 모두 20명 내외의 작은교회들인데 새벽예배나 수요기도회 등을 연합으로 드려 텅 빈 예배당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떨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적 공유 뿐 아니라 목회적 공유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시와사랑이있는교회 주일 예배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유되고 있다.
시와사랑이있는교회 주일 예배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유되고 있다.

‘공유 예배당’ 하나님의 이끄심

지금은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지만 박경철 목사는 사실 남다른 목회 여정을 걸어왔다.  탄탄했던 환경의 교회에서 10년 넘게 담임도 해봤고, 다 내려놓고 강단을 떠났다가, 침체를 거듭하던 지하교회 담임을 맡아 목회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가정교회로 돌아갔다.  어떤 이는 실패한 목회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박 목사는 지금 공유교회를 통해 새 길을 걷고 있다.

박 목사는 “참 많이 방황하고 다시는 목회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목회 그만두고 살길이 막막해서 대리운전도 하고, 탁송도 하고, 밤무대 밴드에서 기타도 치고 그랬죠. 지금 와서 생각하니 다 하나님의 예비하신 길이었던 것 같아요. 전도의 사각지대에 저를 보내신 거죠.”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접하면서 교제하다 보니자연스럽게 전도로 이어져 교회와 등진 삶을 살던 이들이 시와사랑이있는교회에 나오고 있다. 여느 교회와 다른 목회자, 다른 분위기가 전도 사각지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실제로 박 목사의 목회는 남다르다. 그는 주중에는 교회 밖에서 일하는 목사다. 그러다보니 일상을 사는 성도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매일 아침 성도들에게 보내는 카톡 묵상도 일상의 대화같이 쉽게 다가온다.

시인이기도 한 박 목사는 주일 예배에서는 매주 직접 쓴 시를 낭독하며 성도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박 목사는 “교회 이름이 시와사랑이있는 교회잖아요. 매주 시도 있고, 찬양과 사랑이 넘치는 목회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박경철 목사는 지역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주중에 일하고 있다.
박경철 목사는 지역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주중에 일하고 있다.

‘전도 사각지대’를 섬기는 목회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박 목사의 매력은 교회 밖에서도 통한다.  요즘 주중에 드라이브인 선별진료소에서 안내자로 일하는데, 짧은 순간 마주치면서도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박 목사를 따로 찾아 인사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하며 보여준 남다른 면모는 보건소 직원들이 먼저 알아봤다. 여름 땡볕에도, 한겨울 추위에도 ‘자원봉사’로 꾸준히 섬기는 모습을 보고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것도 보건소 측이었다.

물론 지금도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아내 길광희 사모가 두 달 전에 뇌종양 판정을 받고 방사선 치료 중이다. 그런데도 이 부부는 ‘악성 종양은 아니다’라며 감사를 고백했다.

박경철 목사는 “하나님은 세밀하게 준비하고 인도해 주신다는 것을 새삼 체험하고 있다”면서 “저를 전도의 사각지대에 들어가게 하신 것. 개척교회와 작은교회에 희망을 전할 수 있게 공유교회를 먼저 체험하게 하신 것 모두 놀라운 섭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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