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인한 아픔

대 위해 소 희생한 인간탐욕의 소산

2011-01-05     이규철 목사(안동교회)

구제역 파동 때문인지 성탄절 안동지역 교회의 예수 말구유 옆에 양 인형과 소 인형을 보기 어렵다. 구제역을 의식한 것이리라.

구제역(口蹄疫, hoof-and-mouth disease)은 소나 돼지 등에게 잘 걸리는 전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서 동물 입 안의 점막이나 발톱 사이의 피부에 물집이 생겨 짓무르는 증세를 일컫는다. 안타깝게도 지난 12월 29일로 이번 구제역 발생 1개월을 넘겼다. 안동지역은 물론 인근 경북 북부지역까지 번져가던 구제역은 한 달이 못 돼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의 발병으로 이어져 사상 최대 규모의 가축 살(殺)처분 매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안동의 인구가 대략 17만 정도 되는데, 공교롭게도 안동 지역에서 사육되는 가축(소, 돼지)의 수가 17만 마리 정도이다. 그 중 이번 구제역으로 안동지역의 한우 3만4천418마리, 돼지 10만2738마리가 매몰돼 한우는 지역 전체의 65% 가량, 돼지는 거의 90%가 사라졌다. 전국적으로는 약 45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되었다. 이러한 대단위 살처분과 방역에 드는 비용은 거의 1조원에 육박하여 국가 경제의 손실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제역으로 인해 시민들의 가슴이 멍들어 정신이 황량해진 느낌이다. 안동을 비롯한 전국의 피해 지역 농민들의 마음이 새까맣게 타 들어감은 물론이고 농촌지역에서는 구제역이 옮길까 싶어 이웃끼리 왕래하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필자가 속한 경북지방회의 신년 하례회 및 여러 행사들이 취소가 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방역작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연일 계속되는 방제 작업으로 인해 과로로 순직하거나 아기를 유산하는가하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에 받혀 심한 타박상을 입는 등 많은 공무원들이 크고 작은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구제역으로 인해 온 나라가 난리다. 전시와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두 다 인간 때문이다. 인간의 끝 모를 탐욕적 식습관 때문이다. 5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소는 30만 마리가 안 됐다. 지금은 300만 마리가 넘는다. 갓난애까지 포함하여 인구 15명 당 소 한 마리가 있는 셈이다.

이에 비례하여 육식 량은 50년 사이에 근 100배가 늘었는데, 2009년 우리나라 1인 평균 35킬로그램의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간의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좀 더 싼 값의 고기 공급이 필요한데, 그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해법이 밀식 축산이라는 이른바 공장형 축산이다.

삼계탕집 닭은 달걀에서 깨어난 지 단 27일 만에 출하되는가 하면, 돼지는 태어난 지 150일 만에 90킬로그램에 도달하게 키워댄다. 그야말로 축사는 고기 공장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대량 생산을 위한 산업화된 축산은 수익 창출이라는 점에서는 유익한 장점도 많지만 역기능 또한 심대하다.

좁은 공간에 많은 짐승을 키우다 보니 병이 돌았다 하면 순식간에 전염이 된다. 작금의 구제역 전염은 성장호르몬과 배합사료로 대표되는 고속사육의 '기술'들로 인해 내성을 상실한 짐승에게 밀어 닥친 악순환의 결과이다. 사람들의 먹거리 욕구 충족이라는 대의를 위해 소를 무한정 소모시키는 인간의 행위가 진정 인간다움인지 회의가 든다.

구제역은 소에 의해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동물 복지나 동물 권익이라는 거창한 담론에 앞서 성령 안에서 탐욕을 절제하는 인간성의 회복이 동물의 구제역과 사람 영혼을 짓무르게 하는 구제역 양성 반응을 근원적으로 몰아내는 첩경일 것이다. 내년 성탄절 성탄구유에는 예쁜 양 인형이 아기 예수 구유 옆에 놓여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