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정치와 종교의 불가근불가원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 종교단체의 정치적 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시나브로 관심 증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종교단체가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경고를 준다는 종교 특유의 순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 등 제3자가 그것을 어떻게 보는가가 관건이다. NGO의 정부 비판과 종교단체의 그것은 아주 다르다.
정부의 4대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찬반의 논의가 있는 가운데서도 공사는 진행되고 있다. 일부 천주교 및 불교단체가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이들 종교단체의 의견이 그 종교를 신앙하는 신도들의 전체의사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일반 조직과 마찬가지로 종교단체 역시 사람으로 구성된 공동체이므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사물을 이해하는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정치 지향성의 종교적 지도자가 단체를 앞세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우 해당 종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마련이다.
종교단체는 국민들의 갈등을 봉합해 가는 순화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민통합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종교단체가 지나친 사회 비판적인 입장에 서면 국외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한국 천주교 최고지도자인 추기경에게 도전적인 행태를 보인 것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국민들에게도 놀라움을 줬다. 천주교는 전형적인 상명하복주의의 피라미드 체제로 추기경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적 사제들은 추기경의 발언에 정면 대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진석 추기경이 12월 8일 4대강 관련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에 대해 “가슴 아픈 이야기,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는 북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골수 반공주의자 면모를 보여줬다”고 추기경을 맹공격했다. 얼마나 답답했던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 12월 13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북한의 수령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사제단을 골수 친북주의자라고 지칭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은 여당이 템플스테이 예산일부를 삭감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4대강 정부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4대강 문제에 대해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따른 파괴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고 자연의 가치를 소중히 일깨우는 활동을 벌여나겠다’면서 반대운동을 천명하는 신문 광고까지 실었다(조선일보 12월 15일자 A39면).
불교계는 걸핏하면 민족문화를 내세우고 있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불교의 융성은 종교와 정치가 일체화함으로서 가능했다. 현존하는 고찰과 불교관련 문화들은 어디까지나 역사적 유물이다. 불교단체는 유물 보존과 템플스테이 같은 행사를 민족문화의 연속성과 결부 지으면서 정부가 예산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엄격히 말해 그것은 포교를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특정 종교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불교단체가 종종 종교적 차별 운운 하는 것은 은연 중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집권당은 다음 대권을 위해 불교계의 눈치를 보고 불교계는 최대한 이를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