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Hubris의 유혹을 경계하라
한 하버드대 유학생이 어느 날 “이 강의실에 앉은 학생 중 절반 이상이 100살도 넘게 살 테니 각오하라”는 얘기를 교수로부터 듣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70~80세쯤으로 예상했던 생애가 20~30년 더 산다고 하니 결혼, 직업, 재테크, 취미까지 모든 게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더란다. 다음 세대의 인류는 100~120년에 가까운 수명을 다해야 세상을 떠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빠르게 시간이 날아가는 게 사실인 것 같다. 극본을 쓸 땐 결말에 가까울수록 장면은 짧게, 행동은 빨라야 한다는 법칙처럼 말이다. 이런 장수시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오래 살되 어떻게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이냐”일 것이다. 이런 장수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첫째로, 변화를 계속 추구하여야 한다. 국가도 기업도 학교도 가정도 그냥 정체되어 있으면 썩고 뒤떨어진다. 우리의 뇌도 육체도 마찬가지이다. 변화하면 살고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變則生 不變則死)는 말이 있다.
최고 70년의 수명을 누리는 솔개가 40년 정도가 되면 발톱과 부리도 무디어져 사냥감을 낚아채기 어려워지고, 깃털이 두껍게 자라 날개가 무거워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힘들게 된다. 이때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혹독한 갱생 과정으로 새로이 태어나 장수하는 길을 택하던가 한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으로 올라가 둥지를 틀고 부리를 바위에 내치며 부리가 깨져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고 그 새로이 돋아난 그 부리로 발톱들을 찍어낸다. 새로운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전부 뽑아낸다. 그런 후 약 반년이 지나면 새 깃털이 돋아나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란 기존 건강의 정의에 ‘영적 건강'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육체적, 정신적 질병이 없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누린다 하더라도 영적 만족을 얻지 못한다면 진정한 건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배부른 돼지가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참 건강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온전하게 할 때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우리 신앙인은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 영적 성숙, 사랑의 매듭을 가짐으로 그윽한 변화를 통해 젊어지고 삶의 원동력을 회복하고 의미와 보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둘째로, 이런 변화를 가로막는 휴브리스의 유혹을 조심하여야 한다. 휴브리스(Hubris)란 ‘신의 경지를 넘어선 오만’을 말한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바꿔가는 창조적 소수들이 빠지기 쉬운-성공에 취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과신하는-대표적 오류로 휴브리스를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급성장하고 재정적 부요가 찾아오면서 영적 권위가 무너져 내리고 성실성이 약화되면서 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서구 신학계와 서구교회를 무력화시켰던 교만과 거만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는 중병에 걸려있고 휴브리스의 유혹에 빠져있는 것 같다.
한국교회에서 성령이 떠나시면 무서운 결과가 나타난다. 성령이 떠나면 그 지역이 영적으로 폐허가 되기 때문이다. 교회가 왕성했던 소아시아 지역이 무슬림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공산주의로 어두워졌었으며, 유럽교회 지역이 신비주의로, 무신론으로 폐허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교회가 부흥되고 나라가 강성할수록 겸손한 자세로 성령이 개인과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이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시고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기 때문이다(약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