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아름다운 이야기

(몬 1:17~22)

2010-11-17     이용윤 목사(정동교회)

그때 내가 살던 아파트는 4층에 있었다. 바깥 아래쪽에서 좀 소란스러운 소리가 있어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았다. 한 청년이 자동차 뒷부분을 아파트에 바짝 붙여 놓고 위쪽을 향하여 뭐라고 소리를 지르더니 자동차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에서 빨강색 노란색 파랑색 등 오색 풍선이 하늘을 향하여 날아올랐고 곧이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아무개야! 생일을 축하하고 사랑해~!” 한다. 사랑하는 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소위 “사랑의 이벤트”를 하는 것인데 창피한 것도 없고 오히려 대담한 그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었다.
그러고 보니 성경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다. 빌레몬서 1:17~22인데 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빌레몬 집의 노예였던 오네시모가 주인 빌레몬의 집에서 어떤 물건을 도적질하여 로마로 도망을 친 것이다. 그런데 로마에서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이 된 오네시모는 바울이 로마의 감옥에 있는 동안 옥바라지를 하며 바울을 도왔으나 자신이 ‘도망친 노예’라는 과거로 인하여 늘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이때 사도 바울은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집의 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사랑이야기를 계획하게 된다.

오네시모를 과거 주인인 빌레몬에게 돌려보내기로 결정을 하였다. 다시 노예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네시모가 용서를 받고 자유해 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빌레몬에게 돌아온 노예 오네시모의 손에는 사도 바울의 편지가 들려 있었고, 그 편지를 받아든 빌레몬은 바울의 요청대로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다시 바울에게 돌려보내어 바울의 곁에서 그 사역을 돕도록 자유를 주었다. 정리를 해 보면 이렇게 된 것이다.

이 사랑 이야기의 연출자는 사도 바울이었다. 빌레몬에게 편지를 써 보냈는데, 그 내용은 “오네시모가 옛 일을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지금은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으며 다시 종이 된다고 하더라도 용서를 받고 싶어 하여 오네시모가 내게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그를 돌려보내니 부디 용서해 주기바랍니다. 혹시 손해 본 것이 있으면 내가 대신 갚아주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오네시모가 이 편지를 들고 옛 주인 빌레몬을 찾아갔는데 바울의 편지를 읽은 빌레몬이 바울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드린다. 아무 대가도 없이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바울에게로 되돌려 보내주어 자유를 얻게 되었고 기쁨으로 바울의 복음사역에 동역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사랑의 이벤트를 계획한 사람은 사도 바울이었고,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오네시모였으며, 용서하여야 할 사람은 빌레몬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중에 누구 하나라도 아니라고 하면 될 수가 없는 미묘한 일이었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사랑과 용서의 이벤트를 완벽하게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세 사람은 상황이나 형편이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다. 사도 바울은 복음을 전하다가 체포되어 로마의 감옥에 갇힌 상태이고, 빌레몬은 로마에서 한참 떨어진 골로새지역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네시모는 과거 빌레몬의 집 노예였다. 모두 신분이 다르고 살아가던 지역이나 문화도 전혀 다른 별개의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에게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결혼은 반드시 예수님을 믿는 사람하고 하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달라도 예수님을 믿는다는 공통점 하나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들을 이겨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공통점 하나 일치하는 바울과 오네시모, 그리고 빌레몬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면, 이제 우리도 또 다른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살아야 한다.

“소유와 누림”에서 행복을 찾다 보면 감동을 맛 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남이 모르는 “헌신과 나눔”에서 보람을 찾으면서 살아간다면, 행복하고 인간다운 감동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