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똥 퍼갔대
(출 16:1~4)
어릴 때 이야기이다. 아침에 동네 사람들이 여기 저기 모여 술렁거렸다. 지난밤에 옆집 현이네의 똥을 누가 퍼가 아침부터 동네가 떠들썩하게 성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에는 좋은 비료가 많지만 이것보다 좋은 것이 없었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이동범 씨가 쓴 <자연을 꿈꾸는 뒷간>이라는 책에 실린 “1900초기에는 똥 상등품 한 섬에 30전에 거래 되었고, 한 밤중에 남의 집 똥을 퍼 가는 사람들 때문에 뒷간을 지켜야 했다”는 내용이 이런 사실을 말해준다.
아무튼 이제는 그런 시절이 지나고 실내에, 그것도 방마다 화장실이 붙어있는 좋은 집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비오는 날 흐르는 물에 똥을 퍼다 버리면 환경오염이라 해서 감옥 가는 세상이 되었으니 불과 이 삼 십년 전 만해도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고 불편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선진국과 후진국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제의 틀을 만들어 내려고, 환율과 아이엠에프의 구조 조정 등을 한다는데 이 중심에 우리나라가 의장국가로서 세계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20개국 정상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주도한 것이다. 과연 믿기지 않는 이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이렇게 탁월하다는 말인가?
출애굽기 16장 1절에서 4절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430년 종살이 하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을 떠나 가나안으로 향할 때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애굽에 내리신 10가지 재앙으로 자유를 얻게 하시고 홍해바다 앞에서 원망하는 이스라엘에게 바다를 가르시고 길을 내셨던 하나님을 찬송하던 은혜는 다 잃어버리고 지금 우리가 이 광야에서 굶어죽게 생겼다고 투덜거리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스라엘에게 그렇게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암담하기 그지없는 광야만 눈에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불편한 것이 자신의 문제는 조금도 없고 다만 모세를 따라 온 것인데 잠자리는 물론이고 먹을 것이 충분하길 한가, 아니면 물이 충분하길 한가, 불편하기 짝이 없고 언제까지 이 광야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어서 차라리 여호와의 손에 죽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지도자 모세와 아론 때문이라며 원망을 해댔다. 과거 애굽에서 종살이하며 힘은 들었어도 배불리 먹던 생각을 하며 또 원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잃어버린 것은 하나님의 은혜뿐이 아니었다. 감사함도 잃어버렸고, 가나안 땅에 대한 소망도 잃어버린 것이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과거에 종살이하며 ‘얻어먹던 생활’을 떠올리며 지금이 그때만 못하다고 자꾸 뒤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루신 이 감격을 찬양하며 가나안 땅에 들어가 호령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습으로 주인집 고기 삶을 때 얻어먹던 국물을 생각하며 애굽을 떠나 온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각으로 내가 하나님이라면 그냥 눈을 감고 지그시 눌러버릴 상황인데, 출애굽기 16장 4절에 보면 모세를 부르시고 내가 “양식을 비같이 내려 줄 터이니 잘 챙기라”는 말씀을 하시고 단 하나 “여호와의 규례만은 잘 지키라”는 말씀과 함께 자기 백성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신다. 쉽게 이해하면 그래도 사랑하신다는 말씀이고,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은 한 번 더 기회를 줄테니 잘 해보라는 말씀인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하나님께서 일제 치하에서, 그리고 전쟁 중에서도 믿음을 지키려는 이 나라의 백성들을 보셨고, 그 분이 우리를 책임져 주셨는데 이 하나님의 은혜로 책임을 져 주셨는데 이 생각은 정말 할 수 없는 것인가?
“남의 집 뒷간에서 똥을 퍼가던 민족이 하나님의 은혜로 이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고, 나누어 줄려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나누어 줄 수 있는 정도로 잘 살 수 있게 하신 이가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십니다” 하면 어디 덧날 일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조그만 나라가 경제적 성장을 이루게 된 것도 그렇고 하다못해 축구를 제법 하게 하시는 것도 그렇고, 젊은이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돌풍을 일으키는 재주가 있게 하신 것도 마지막 때, 이 민족을 통하여 지구촌 구석구석에 복음 사명 다 하게 하시려는 치밀한 계획이 있지 않고서야, 그것도 똥까지 퍼가던 이 민족을 어떻게 이런 모습이 되게 하셨냐는 것이다. G20정상회의가 선교 한국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예견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