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중복음> 신유
네가 낫고자 하느냐?
“네 엄마가 위암 말기란다!”
어느 토요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을 때 나는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순간 어머니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일제말기에 태어나셔서 정신대를 피하기 위해 일찍 결혼하셨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피난살이에 첫째 아들까지 잃고, 온갖 고생을 다하시다가 이제 겨우 살만하니까 위암이라니! 나는 어머니를 교회로 모시고 가서 숙식하면서 매일 찬송을 부르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우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하지만 어머니는 체력장 시험을 3일 앞두고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하나님께 그렇게 매달렸건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제는 신앙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신학대학에 편입학하여 졸업하고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3년간의 수련기간을 거친 후에 목사 안수를 준비하던 어느 날 몸 전체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면서 마치 땅 속으로 꺼지는 듯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급성간염이 심해서 당장 입원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입원한 나는 3일 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 병에 걸렸다. 그렇다면 다시 기도해 보자. 병원에 있을 이유가 없다!”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입원한 지 3일 만에 퇴원했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간염증세에 이제는 식사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같은 병을 앓던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이제는 정말 절망인가?”
그렇게 낙심하는 중에 친구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 금요일 철야기도 시간에 와서 말씀 좀 전해줘!”
“내가 지금 다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해!”
“그러니까 와서 말씀을 전해야지!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
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거절할 수 없어서 요한복음 5장의 38년 된 병자가 고침을 받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때 주님은 병자에게 묻듯이 내게도 물었습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마치 동문서답처럼 전개되는 본문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왜 예수님은 일어날 수도 없어 기진한 자에게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하시는 것일까? 순간 내 머리에 번쩍 스쳐가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는 38년 동안 자신이 의지하던 자리였습니다. 병이 낫기를 원하는 것 같았지만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이웃을 탓하면서 자기 병을 합리화하던 자리였습니다. 병에 사로잡혀 자신을 잃어버리게 했던 자리였습니다. 예수님은 이제 그 고리를 끊기 원하셨던 것입니다.
나는 갑작스럽게 머리가 맑아지고 영혼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죄 짐이 벗어지는 듯한 자유를 느꼈습니다. 금요철야기도회에 가서 깨달은 바를 그대로 전하면서 먼저 내가 은혜를 받았고, 함께 하신 성도님들도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나는 오직 주님만 믿고 의지하며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가지고 열심히 사역했습니다. 공부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매일 매일이 죽기를 각오한 싸움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6년 정도 지났을 때 우연히 받게 된 건강검진 결과는 놀라왔습니다. B형 만성간염은 완전히 사라졌고, 내가 알지도 못하던 사이에 찾아왔던 폐결핵도 완치되어 이제는 흔적만 남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요한복음의 말씀은 나의 병을 치유해 주셨을 뿐만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까지 치유해 주셨습니다.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신유의 능력을 힘입어 살아가는 것임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유의 완성은 바로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에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부활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시고 병든 자들을 다 고치시니 이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에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더라.”(마8:1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