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2010-08-18     황명호 목사(방산교회 원로)

시편에 우리의 년수가 강건하면 80이라도 신속히 날아간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착한 행실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이 돌려진다고 하셨습니다. 한 평생이요 그것도 짧은 인생을 선하게 쓰라는 말씀입니다. 저는 강단에서 수 없이 선행을 외쳤습니다.

그런 내가 '얼마나 착한 일을 하였을까?'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저는 타인에게 자그마한 친절을 베푸는 것이 너무도 귀한 일임을 최근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0일 박필례라는 사람을 찾아갔었습니다. 그분은 지금 73세라고 하십니다.

제가 28년 전에 추동교회에서 목회할 때 그분은 불신자였습니다. 그는 위암에 늑막염까지 곁들여 병원에 입원하였으나 자타가 죽고 살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아들이 고등부 회장이라 병문안도 자주하였고 전 교인이 간절하게 기도하였습니다. 분명 하나님의 치유의 은혜로 고침 받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출석을 안한다는 말을 듣고 권면하고자 찾아간 것입니다. 그는 25년 만에 찾아간 저를 반색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 자기는 목사님의 은혜를 잊지 못한답니다. 병원에 있을 때 목사님이 포도 몇 송이 사다주셔서 맛있게 먹은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며, 사모님이 재봉으로 옷가지들을 수선하여 준 것을 고맙게 여긴답니다.

이따금 자식들과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와 아내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고침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제가 상기시켜서 마지막으로 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작고하신 사촌 누님의 아들에게서 느꼈습니다. 그 조카는 65세입니다. 십 수 년 전부터 파킨슨병으로 불편한 삶을 엮어가고 있습니다. 먼 곳에서 목회한다는 핑계로 찾아가지 못하다가 지난 6월 25일 방문하였습니다. 너무 고마워하는 것을 보고 진작 찾아오지 못한 것이 미안하였습니다.

이야기 중에 네가 중학생일 때 하모니카를 사주었는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면서 다시 감사를 표했습니다. 50여 년 전 일이라 저는 더욱 기억이 안납니다. 제가 돌아오려 할 때 종이에 싼 얼마를 주며 여비하라고 합니다. 돈도 못 벌고 아내의 부양으로 사는 조카가 주는 것이라 극구 사양하였으나 안 받으면 두고두고 섭섭할 것이고, 받으면 자기 마음이 아주 기쁘겠다는 것입니다. 받아가지고 오다가 마늘을 반접 사다가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세상에, 50여 년 전 지극히 작은 일을 지금까지 되새기며 고마워하다니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선행은 하고 볼 일이구나 하는 감탄과 여생에는 좀 더 착한 일에 힘써보리라 다짐 또 다짐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섬뜩한 느낌이 든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것도 기억이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처 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는 수년 아니 수 십 년 아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누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없나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성경에 우리의 언행심사는 씨를 심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70을 향하는 인생길에서 선한 것만을 뿌려보리라 재삼 다짐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