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장암 행복발전소
장암교회, 지역아동센터에 열심
조손·다문화 가정 아이들 돌봄 열정·가족같은 양육에 초점
“우리 애들이요? 말썽쟁이도 있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도 있고 얼마나 개성이 강한데요. 그래도 공통점은 있어요. 집보다 교회를 더 좋아하게 됐다는 거에요. 호호호.”
충남 부여 장암면 작은농촌마을에는 2005년 부여군 1호 지역아동센터로 설립되어 지역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장암교회(강석전 목사) 이곳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장암면은 계속 인구가 줄어들고, 아이들은 더더욱 줄어들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그렇다보니 학원은 커녕 학교도 버스를 타고 한참 읍내로 나가야 하는 형편이다. 아이들을 돌볼만한 기관이나 사람도 있을 리도 만무하다. 강석전 목사가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공부방 사역을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후 3시가 넘으면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 아이들이 하나둘 지역아동센터로 들어선다. 신발도 다 벗기 전에 이봉선 사모 품안으로 파고드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오후 5시가 되면 중학생들까지 모두 모여 장암지역아동센터에는 북적북적 사람사는 냄새와 구수한 밥 냄새가 함께 피어오른다.
“여기는 비닐하우스 농사가 많아서 밤낮없이 일하는 집이 많아요. 농번기도 없이 부부가 같이 일하다 보니 자연히 아이들을 돌보기가 힘든 상황이죠. 방치된 아이들이 밤늦도록 거리를 헤매는 걸 보고 데려와 밥 먹이고 숙제를 봐주던 게 지역아동센터가 되었어요.”
강석전 목사는 이봉선 사모와 함께 2005년 부임 직후 어린이 돌봄 사역을 시작했다. 밤이 늦도록 동네를 헤매는 늦둥이 아들 또래의 아이들에게 교회로 오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은 교회로 모여들었다. 사택에서 공부를 봐주고 저녁도 주고,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소문에 아이들이 금방 늘어나 급하게 교회 옆 창고를 개조해 방과후교실을 열었다. 금세 아이들은 30명을 넘어섰고 부여군의 제안으로 지역아동센터를 개소하게 된 것이다.
강 목사 부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흡연과 음주를 배워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가 새롭게 변화됐고, 대화상대가 없어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말을 잘 못하던 아이는 말문이 활짝 트인게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또 아이들의 집중력이 향상되어 성적이 오르고, 학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된 것이나 부활절이나 성탄절때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게 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장암지역아동센터를 통한 아이들의 변화 비결은 특별한 교육비법이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사랑’이었다.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기에 무엇보다 사랑이 절실 했다는 게 강 목사 부부의 설명이다. 부모가 모두 있어도 돌봄을 못 받는 아이들도 못지않게 사랑이 필요했다.
강 목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서는 부모님이 아니라 저를 불러요”라면서 “이제 지역에서도 처음 아이들 보호자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랑을 쏟아내자 아이들은 쉬는날 없이 교회로 찾아온다. 이 사모는 “일 년에 설날하고 추석 당일 이틀 빼고는 문 닫을 수가 없어요. 방학 때는 아침 7시부터 와서 문열어 달라고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의 사랑방이자 보금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돌봄에 집중한다고 공부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영어, 수학, 논술교실은 따로 강사를 초빙해 가르치고 EBS교육방송도 빠짐없이 듣도록 한다. 토요일마다 바이올린 교실도 열리고 문화체험, 생태체험 등 체험학습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강 목사는 여전히 ‘돌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다른 지역아동센터들이 처음에는 돌봄으로 시작했는데 요즘 초점을 잊어버리고 학습능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교회에서는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똑같이 사랑받고 관심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