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배를 쉬면 병이 나요. 병!
저희 교회 대심방 기간에 느낀 감상입니다. 그날은 여섯 가정을 돌았습니다. 권사님들과 함께 가정을 심방할수록 힘이 샘솟는 것은 왜지요? 가정마다 나오는 다과로 배도 아주 포만했습니다. 나중에는 좀 부담이 왔습니다. 그래도 차 한 잔, 과일 하나는 먹어주어야 대접하는 분들이 좋아하십니다.
박옥남 할머니 댁과 전순남 집사님 댁은 처음에 심방 가정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심방을 하다가 가야겠다는 강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박옥남 할머니는 역시나입니다. 그분은 심방을 목사님과 사모님께 일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고 들리지 않아도 심방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손사래를 치실 것입니다. 저희 내외는 사택에 들려 작은 먹거리 선물을 하나 준비하느라 좀 뒤쳐저 그 가정에 도착했습니다. 서경선 권사님과 김명옥 권찰님이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목사님, 할머니가 심방 예배 안 드려도 된다면서 싫다고 하십니다."
제가 도착하니 할머니 자세가 달라집니다. 옷 마무새를 새롭게 하시고 입 언저리를 닦으시며 또 머리도 한 번 손으로 훑어 올리십니다.
“목사님, 오십니껴. 어서 들어 오이소."
박옥남 할머니 댁 방문이 처음인 김 권찰님은 좀 의아해 했습니다. 아마 속으로 아니, 저렇게 자세가 바뀔 수 있는가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우렁차게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한 다음 말씀을 전하고, 말미에 박옥남 할머니의 믿음 생활과 건강을 위해 합심하여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얼굴이 좀 초췌하게 보여 이유를 물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낮 예배를 눈 때문에 쉬었잖습니껴? 얼매나 아쉽던지. 예배 한 번 쉬면 병이 나요."
비슷한 말은 바로 뒤 심방 가정 전순남 집사님 댁에서도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정말 전 집사님은 몸이 많이 수척해 있었습니다. 특별히 아픈 데는 없는데 힘이 부치는 것을 수요 낮 예배 쉰 탓으로 돌렸습니다. 저는 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미끄러우면 노인분들의 거동이 불편해지기 마련입니다. 혹시라도 미끄러져 다치시기라도 한다면 회복되기까지 긴 시간을 요합니다. 그래서 일기가 불순할 때는 쉬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 정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또 다른 마음의 병을 가져온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방을 마치고 감사 기도를 하면서 저는 다짐했습니다. 웬만한 사정 가지고는 수요 낮 노년부 예배를 쉬지 말자고… . 눈이 오면 더 조심해서 차로 모시고, 지치면 하나님께 성령 충만케 해달라고 기도하며 그분들과 함께 하자고 말입니다. 작은 우리교회에 수요 낮 예배가 있습니다. 그 예배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모두 80, 90대 할머니들입니다. 10여명이 함께 하는 이 예배의 시작은 겨울 밤 길에 어둔한 노인분들의 중지를 모아 낮에 예배를 드리기로 했던 것입니다.
예배를 드리고 사택에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같이 합니다. 이 시간은 그야말로 교제의 시간입니다. 신앙 간증을 말하기도 하고 또 병문안을 가야하는 곳이 있으면 식사 때 의견 소통이 이루어지고 작은 정성들도 모아집니다. 이 시간이 왜 기다려지는지 모르겠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노인분들은 지난날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주인공들입니다. 또 우리 교계의 부흥도 이분들의 공이 큽니다.
오늘날 노인 봉양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성경은 늘 노인 공경을 강조합니다. “너는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 19:32).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 윤리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적 윤리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