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호> 아이티 재난에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지금 세계는 중미의 아이티 국가의 재난에 경악하고 있다. 지난 12일 규모 7.0의 강진(强震)이 발생하여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위시한 인근 10여 개의 도시의 구조물이 모두 파괴되어 전 인구의 3분의 1인 3백만 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한 참상(慘狀), 그 자체였다.
매일 계속되는 보도는 넓은 운동장에 헤일 수 없이 많은 시체들의 모습, 콩크리트 더미 속에 갇혀 구조를 애타게 울부짖는 주민들의 모습, 생존자들이 먹을 것을 찾아 떼를 지어 거리를 헤매고 다니며 상점을 약탈하고 서로 때리고 빼앗는 모습 속에서 위기에 처한 인간군상의 단말마적 아비규환(阿鼻叫喚)을 본다.
평소 일주일을 다섯 끼니로 버텨 온 그들, 오염된 진흙을 구워먹으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던 대부분이 가난한 국민들에게 닥친 이번의 재앙은 너무도 가혹했다. 다행히 재앙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지금 죽음보다 무서운 여러 가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하나는 지금도 간혹 일어나는 강도 3-4도의 여진(餘震)의 공포에 마음조리며, 둘은 보통 3-4일을 굶은 허기진 배를 웅켜진 채 길어 버려진 시체들과 함께 지내는 죽음의 공포, 셋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의 재난극복 지도력의 상실과 이성을 잃은 일부 주민들의 폭력, 교도소 건물이 파괴되어 4천명의 죄수들이 무기를 휴대한 채 탈출하여 폭도로 변한 치안의 공백에 떨고 있으며, 또한 항만과 도로가 거의 파괴되어 외국의 구호물 수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죽음의 공포가 갈수록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다행한 것은 아이티의 재앙에 유엔을 비롯한 각국의 인도적 지원이 계속 이루어져 재난 발생 4일부터 파괴된 항만과 도로가 급히 보수되어 각국의 구호물품이 속속 들어와 구호활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세계인 구호의 손길이 더욱 시급히 요청되는 실정이다.
지진발생 후 6일 째인 현재 세계 각지에서 보낸 아이티 지원금이 약 7억 달러라고 외신이 밝힌다. 앞으로 구호금이 속속 답지될 것이지만, 같은 기간에 집계된 자연재해 구호금의 규모로는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지진과 해일 사태 때의 지원(약 62억 달러)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1천만 달러의 지원금과 함께 119구조대를 급파했고, 미국은 1억 달러의 구호금과 함께 항공모함과 1만명의 병력을 급파하여 치안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유엔의 아이티 안정화지원단체를 중심으로 한 평화유지군의 활동과 세계의 20여 개국의 구조대와 함께 200여 구호단체들의 자발적 참여로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어 여간 반갑지 않다.
특히 우리는 과거 6. 25 동란 등 극히 어려웠던 시절에 유엔을 비롯한 외국의 큰 도움을 받고 일어 나 지금 세계 2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역사를 생각하며, 이번 아이티의 재난에 힘써 도움의 손길을 펼쳐야 한다. 우리 총회 임원회에서 아이티 구호모금하기로 결의한 것을 환영한다. 주님은 지금 우리 성도들에게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누구냐?’고 묻고 계신다. 우리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으로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이때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