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지도력', 큰 어른으로 존경받는 원동력

25차 신촌포럼, 정진경 목사의 삶과 신앙 조망...조향록 김명혁 이정익 목사 발제

2009-11-14     황승영 기자

신촌포럼(대표 이정익 목사)은 지난 12일 정진경 목사의 삶과 신앙을 재조망했다. 인간 정진경 그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김명혁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정진경 목사님은 '소리 없는 지도력'으로 그 어디에서나 참 목사, 선한 목자로서 귀감을 보이셨습니다."
지난 9월 3일 소천한 고 정진경 목사가 온유하고 겸손한 지도자로서 한국기독교계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소리 없는 지도력’때문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1월 12일 ‘고 아천 정진경 목사의 삶과 신학’이란 주제로 열린 제25차 신촌포럼에서 기독교장로회 전 총회장 조향록 목사(초동교회 원로)는 “정진경 목사의 이름을 빼놓고는 한국기독교근현대사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분은 가장 모범적이고 완벽한 삶을 사신 목회자였다”면서 “그 저변에는 온유하고 겸손하고 소탈한 삶, 바로 예수님의 가르침과 같은 ‘소리 없는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정 목사와 평생 지기로 살아온 조 목사는 “각종 교계의 회장이나 고문으로 올라갔지만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하거나 그것을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일생 동안 어디에 가시나 맨 앞자리에 나와 않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또 그는 “언제나 조용하고 다정하고 평화로워 그분이 참여하는 자리에는 언짢은 소리, 다툼이나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서 이런 조용한 지도력이 큰일을 이루게 했다고 평가했다. 고 한경직 목사가 ‘카리스마적 지도력’이었다면 정 목사의 지도력은 바로 온유와 겸손 등 ‘소리 없는 지도력’이었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이런 지도력은 예수님에 가르침에 따라 자기 마음을 비우고, 맑은 마음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소리 없는 지도력’을 소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정 목사의 소리없는 지도력은 목사가 세상을 향해 가져야 할 지도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목사는 “목사의 티를 안내면서도 모르는 사람에도 편안하게 웃으며 다가갈 수 있는 부드러운 힘을 가졌다”면서 “정 목사의 이런 다정함, 겸손함, 순결함, 진실함 그 자체가 그리스도의 복음의 증인이 되고 믿지 않은 분들에게도 교회를 쳐다보아야할 상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점 때문에 교계에서 일등 목사가 되지 못하고 교회 밖에서도 일등 목사로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는 견줄만한 분이 없는 전천후 목회자요 사표였다는 것이 정 목사에 대한 조 목사의 결론적인 평가했다.

이날 ‘정진경 목사가 교회와 사회에 끼친 영향력’에 대해 차분하게 발제한 조 목사는 정 목사를 씨 뿌리는 농부에 비유했다. 길처럼 굳어진 땅이나 가시덤불, 돌짝 밭을 가리지 않고 일평생 복음전파와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해 헌신했고, 또 우리들의 가슴에 억척같은 복음전파의 사명을 불붙인 복음의 농부라는 것이다. 1960대 중반부터 시작된 민족복음화 운동으로 기독교 인구가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에 정 목사의 지도력이 미치지 않은 선교운동은 거의 없었으며, 한경직 목사님과 함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설립하는 등 돌아가실 때까지 한국교회를 하나로 뭉치게 한 역할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열정이 있었고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신촌포럼에서는 정진경 목사의 소리없는 지도력이 한국교회의 일치와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목사는 “정 목사님은 그를 택하여 불러주신 주님의 허락 없이는 그 어떤 일도 거짓과 짝하지 않는 분이었고, 반대로 주님의 일이라면 그 어떤 일도 사양하지 않았던 분”이라며 예수님과 늘 함께 하셨던 분, 바로 ‘플러스 알파’의 분이라고도 소개하며 강연을 마쳤다.

또한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가 ‘내가 만난 정진경 목사님’이란 제목으로 발제했다. 정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협의회 일을 함께 해왔던 김 목사는 “정 목사님은 너무 편한 분이었고, 소박하고 따뜻한 분, 다른 사람들을 늘 칭찬하고 격려하시는데 아낌이 없으셨다”고 정 목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그렇지만 김 목사는 “정 목사는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늘 바른 말씀과 바른 길을 제시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성령운동이 인위적으로 흐르고 있는데 우려를 자주 했고, 성령을 지배 받으려고 하지 말고 성령의 지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셨다는 것이다. 또 한국교회가 목적과 수단이 혼돈되어서는 안 된다며 성장지상주의를 경계하기도 했고, 잘 사는 것은 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설교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이정익 목사는 ‘정진경 목사가 이루고 싶었던 꿈’에 대해 발제했다. 이 목사는 “정 목사의 삶과 신학은 따뜻하면서 희망적이고, 냉철하면서도 포용적 이었다.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으며, 신학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은 포용력을 갖췄다”면서 “오늘날 목회자와 성도들이 그분의 가진 중용의 신학과 행동하는 신앙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