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두천농산 대표 엄기주 장로

교회개척 위한 남다른 헌신 모범
자신의 수술비도 헌금 … 부지 기증도

2009-09-12     남원준 기자

30년간 은행 가공업체 두천농산을 경영한 엄기주 장로(서대문교회·사진)는 요즘 하루하루의 삶이 은혜 그 자체다. 지난 2월 만 60세, 환갑이 된 엄 장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유월절을 넘긴 것처럼, 인생의 큰 고비가 지나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가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은 집안의 내력과 연관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 명의 형님들까지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모두 일찍 세상을 떴다. 엄 장로도 60세가 가까워 올수록 긴장하며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지만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3년 전 건강진료 중 대장암이 발견된 것. 처음에는 “아, 나도 올게 왔구나”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초기에 발견된 터라 암 제거 수술로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암수술을 받기 전 엄 장로는 자신의 수술비 1000만원을 덕소영성교회(김홍찬 목사) 개척 자금으로 헌금했다. 대개 암수술을 앞두고 정신이 없을 상황임에도 주님을 위해 향유를 깨뜨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암 수술 후 의사의 권고에 따라 요양차 고향인 괴산으로 내려간 엄 장로는 서울에 올라오지 못할때는 괴바울교회(송윤선 전도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곳에서도 엄 장로는 교회를 출석하는 노년층과 아이들을 위해 주일 차량운전 봉사를 한다.

최근에는 교회를 위해 괴산에 소유한 땅 중 660m²(200평)를 기증했다. 기증한 땅에 당장 교회를 신축하지는 못하지만 교회의 성장을 위해 의미있는 선물이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엄 장로는 또 해외교회 개척에도 앞장서는 모범을 보였다. 지난 97년 멕시코에 두 번째로 세워진 본 교단 평화의왕자교회 개척자금 중 절반인 1000만원을 쾌척한 것이다.

사실 조상대대로 불교를 믿어 온 집안 분위기 속에서 엄 장로가 교회를 다닌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불신자 가정에도 하나님은 아내 박명희 권사를 통해 복음의 씨앗을 심었다. 가정복음화를 위해 울며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던 엄 장로는 단순히 아내를 위해준다는 마음에 교회를 출석하게 됐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은 세상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아들 민용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석 달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에 엄 장로는 난생 처음으로 하나님께 울며 기도를 드렸다.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여주세요.”

한참 후 기도의 응답처럼 ‘네 아들이 내일 아침 뛰어다닐 것이다’라는 음성을 들었다. 설마 하던 일은 현실이 됐고 그 다음날 아들이 퇴원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목도했다. 기도응답에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 일은 엄 장로를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늦게 예수를 믿었지만 신앙에 불이 붙자 무서울 정도로 믿음이 성장했다. 당시 서대문교회 유지홍 장로(전국장로회장)가 그의 신앙적 멘토가 되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한국중앙복지개발원의 이사로도 활동하는 엄 장로는 남은 인생을 이웃을 위해 더 값지게 쓰고 싶다고 말한다.

“예수 믿으니 장수하고 아들, 손자와 함께 교회를 다니는 축복을 누린다”는 엄 장로는 남은 삶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벅찬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