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생명에 천국 소망 심어

말기암 환우 무료 병상 운영…호스피스 병원 설립 계획

2009-08-22     황승영 기자

춘천에 있는 봄내 호스피스 기쁨의 집(대표 소양제일교회 이주호 목사)은 말기암 환우를 위한 무료 병상을 운영하면서 생의 마지막에 있는 환우들에게 영원한 안식과 평안으로 인도하고 있다.
“생의 마지막을 걷고 있는 말기암 환우들에게 사랑과 평안을 드립니다.”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대룡산 기슭에 위치한 ‘기쁨의 집(대표 이주호 목사)’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이다. 그 어디에도 희망을 갖지 못하고 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말기암 환우들이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의지하고 있다. 가난하고, 의지할 곳이 없는 말기암 환자들에게 이곳은 마지막 안식처나 다름없다. 병원에서도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들조차도 포기한 자신들을 무료로 돌봐주기 때문이다.

꺼져가는 생명에 새로운 삶 인도
기쁨의 집은 2000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소양제일교회(이주호 목사)가 고통 받는 말기암 환우들을 돌보고 이들에게 천국의 소망을 심기 위해 1999년 10월 봄내 호스피스를 창립했고, 그 이듬해에 부설 시설로 기쁨의 집(강원도 비영리 민간단체 128호)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기쁨의 집에는 말기암 환우 7명이 입소해 있다. 정원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에 안겨 있는 기쁨의 집은 99㎡(30평) 남짓한 병실과 부대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무겁고 어둡지 않았다. 병상 곁에서 온종일 아들의 마지막 길을 살피는 한 어머니의 따뜻한 눈길, 앙상한 몸을 드러내고 있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은 환우들, 여름 꽃을 보면서 산책하는 환우, 그리고 그들 곁을 지키는 자원봉사자의 부드러운 손길이 여느 요양시설처럼 조용하고 아늑했다. 가정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이곳 기쁨의 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쁨의 집은 8개 병상을 운영하는 작은 시설이지만 10년 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어느 단체 못지않은 활동력을 갖고 있다. 말기암 환우들의 무료 입원 요양과 통증 조절, 신체적 돌봄과 상담, 장례까지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기암 환우들의 외래 진료와 무료방문 호스피스, 호스피스 자원봉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453여명에 달하는 말기암 환자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을 돕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도 530여명을 배출했다. 천국으로의 삶을 인도할 수호천사들을 말기암 환우들에게 보내 준 것이다.
기쁨의 집 역시 다른 기독교시설처럼 환우들을 하나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반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일종의 심리치료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지만 기쁨의 집에서는 성경말씀과 신앙이 가장 큰 치료 도구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드리는 30분간의 예배가 복음의 씨앗이다. 말기암 환우에게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하지만 새하늘과 새땅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큰 위로를 준다. 그래서 예배는 언제나 숙연하고 진지하다. 후두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정준태 씨는 말을 할 수 없지만 예배시간 내내 눈은 성경과 찬송을 향하고 있다. 신앙을 통해 꺼져가는 생명들이 새로운 생을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임종한 환우 중 100%가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이주호 목사가 말기암 환우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다. 지금까지 기쁨의 집에서 소천한 모든 환우들은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소양제일교회가 처음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한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꺼져가는 생명에게 영원한 안식과 평안을 주기 위해서였다. 기독교 시설이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비기독교인의 입소가 우선 일 정도로 기쁨의 집은 복음전도 지향적이다. 그렇다고 모든 환우에게 예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의 영혼 구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들이지만 억지로 복음을 전하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봉사 손길에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 신앙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임종하기 하루 전날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된 경우도 있고, 독실한 불교 신앙을 가진 환우와 그의 어머니가 20일만에 예수님을 영접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더 많이 헌신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전한다. 한자 한자 써내려간 환우들의 영적 돌봄일지가 이러한 환우들을 위한 사랑과 헌신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자원봉사들의 아름다운 헌신 
기쁨의 집을 실제로 움직이는 또 하나의 원동력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사랑이다. 기쁨의 집의 자원봉사자는 70명이다. 의료진의 치료 이외의 청소, 배식, 꽃꽂이, 목욕 돕기 등 일상 활동은 물론 말벗이 되고, 함께 예배를 드리는 일도 모두 이들의 몫이다. 그야말로 삶의 마지막 동행자이자 새로운 인생의 안내자로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최선으로 정성을 기울인다.  또 다른 세상으로의 귀향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은 ‘육신은 잠시 이 세상에 왔다가 없어지는 나그네와 같은 존재이지만 죽음 후 영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환우들에게 늘 얘기해 준다고 한다. ‘두려움 없이 편안히 가는 것’을 소망하는 환우들은 이런 위로와 천국의 소망을 통해 차츰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원봉사들은 오히려 이들 환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기 때문에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총무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선자 권사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3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희욱 권사(소양제일교회)는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전문 병원설립 소망

춘천 원창고개 마루에 세워질 봄내 호스피스병원 조감도.

기쁨의 집은 또 한번 지경을 넓힐 계획이다. 바로 호스피스 전문 병원을 설립하는 일이다. 최적의 섬김과 봉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반 호스피스 시설이 갖는 한계 때문이다. 외래 의사가 있기는 하지만 의료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응급상황이나 통증관리에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다. 사실, 시설도 비좁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원 설립을 꿈꿔왔던 봄내 호스피스는 올해 춘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원창고개 마루에 병원 부지를 마련했다. 약 826㎡(250평) 규모의 무료 호스피스 병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천사 모금운동을 통해 2억원을 모금한 상태이다. 이제 병원설립을 위해 남은 8억원 가량을 모금하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기쁨의 집 한 구석에는 주인을 잃어버린 지팡이와 신발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기쁨의 집 사무국장 박상운 장로(소양교회)는 고인이 된 환우들의 유품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채찍질을 한다고 말했다. 무심코 지나가 버린 오늘이 바로 말기암 환우들이 그토록 바라는 하루였다는 사실을 매일 되새긴다는 것이다.
라틴어의 ‘Hospes’ 또는 ‘hospitum’에서 나온 ‘호스피스’는 중세에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사람들이 하룻밤 편히 쉬고 갔던 숙박소에서 유례 되었다.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가 떠나기 마련이다. 죽음을 앞두고 지나간 삶을 정리하고 다음 생, 천국을 준비할 수 있는 호스피스 시설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죽음의 공포에 벗어나 ‘웰 다잉’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이제 교회가 감당할 때이다.      

병원 건립을 위한 1004 운동
-1구좌 1만원(농협: 351-0051-1552-430
봄내호스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