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틈새목회를 공략하라

부교역자 준비 과정 필요 … 담임목사 멘토로 관계
리더십과 전문성 높이는 일 필수 … 인간관계도 중요

2009-08-08     황승영 기자

부교역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부목사가 제대로 못해서 교회가 부흥이 안 된다’라는 말이다. 잘 되는 일은 담임목사의 탓(?)으로 돌아가는데 잘못되는 일은 모두 부목사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죽도록 일하고도 제대로 된 평가를 들을 수 없는 자리가 부교역자의 자리이다.

부교역자의 열악한 구조적 위치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과 발전을 위해서는 부교역자의 역할과 리더십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실, 한국교회는 부교역자가 창의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구조다. 독립된 의사결정도 할 수 없고 운전이나 심방만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전도사가 교회학교의 한 부서를 독립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건보다 훨씬 더 열악한 구조에서 사역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목회현장에서 일선 목회자들은 담임목사의 목회 방침과 스타일에 맞춰주는 것이 부교역자들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부목사의 권위와 리더십은 담임 목사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또 목회의 동역자로서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사역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부교역자는 “성공적인 부목사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내가 완전히 담임목사의 편이 되어서 아무리 어이없는 지시라도 따라야 하거나 담임목사를 완전히 내 편으로 만들든지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부교역자들의 이러한 불편한 사정은 불완전한 신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요 교단의 헌법을 보면 ‘부목사는 담임 목사를 보좌하는 임시 목사이거나 임기도 1년이다’로 규정하고 있다. 목회자의 한사람으로서가 아닌, 담임을 보좌하는 위치로 정체성이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본 교단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일러스트=서재형

그래서 부교역자들의 권위와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적 지위나 부교역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디모데나 디도가 바울의 동역자로 역할을 수행했던 것처럼 담임목사의 동역자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촌교회(이동원 목사), 온누리교회(하용조 목사), 안산 동산교회(김인중 목사)의 경우 비교적 부교역자들에게 위임된 사역이 많다. 일종의 전담 사역제를 통해 전문 분야별로 부교역자들에게 역할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완전한 팀 사역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문분야에 있어서는 부교역자들의 역량과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교역자도 준비가 필요

물론 부교역자들 스스로가 창의적인 목회를 위한 자기관리와 리더십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역자 과정을 하나의 목회과정으로 생각하고, 부교역자의 사역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신대 김한옥 교수(실천신학)는 신학대학교 교과과정에 부교역자론을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학대학원 목회실습 시간에 부교역자의 역할에 대해 특강한 적은 있지만 정규 교과과정에는 부교역자에 대한 과목이 없다”면서 “어차피 신학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부교역자로 사역하기 때문에 부교역자론에 대해 배운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틈새 목회와 전문성 개발

사실, 80년대 전까지는 신학대학을 졸업하면 개척하는 목회자들이 많아서 교회개척에 관한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척보다는 대부분 부교역자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교역자에 대한 사전 교육과 준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대개 부교역자를 거쳐 담임목사가 되고, 자신의 목회과정을 연마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부교역자가 갖춰야 할 소질이나 역할, 리더십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목회영역이 다양하고 세분화 되면서 부교역자도 틈새 목회를 개발하고 전문영역을 파고들 것을 충고하는 사람들도 많다. IT나 영상, 새로운 목회프로그램 등 급변하는 목회 트랜드에 대해서는 담임목사보다 부교역자들이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사역으로 목회의 영역이 확대되어 가고 있어 이런 틈새목회를 공략하면 새로운 부교역자들의 역할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담임목사가 줄 수 없는 틈새, 즉 자신이 맡은 구역이나 교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목회사역 중에서 담임목사가 미처 신경 쓸 수 없는 부분을 나름의 목회영역으로 삼을 것을 주문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성도들과 친밀감을 높이고, 장례나 애경사, 상담 등에서 섬김과 사랑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팀 정신을 해치는 부교역자간의 지나친 경쟁과 승부욕을 버리는 것도 과제이고, 좋은 멘토나 목회자상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목회전략컨설팅연구소장 김성진 목사는 “부목사의 사역에서 가장 값진 것은 좋은 사람과 멘토를 만나는 것”이라며 “동료 목사와 선후배 목회자 등의 긍정적인 경험담을 귀담아 듣고, 또 배우는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