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시론> 시국에 대한 단상

2018-10-17     허상봉 목사(동대전교회)

허상봉 목사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과 역사의 교훈을 계승하며 민족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려는 국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거제도 포로수용소. 휴전선 땅굴.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일제강점기 시대에 징병으로 끌려갔던 기록물과 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성들의 사진을 보면서 혼자만의 생각 속에 물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을 나는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6일 전쟁을 벌였던 헬몬산과 하르벤탈(Mt Vental)에서 다시 하게 되었다. 뺐고 뺏기는 전쟁터에서 자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하여 싸워야 했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있는 현장에서 누가 빼앗겼고 누가 빼앗았는가를 생각하며 이긴 자의 방어와 빼앗긴 자의 설움을 생각해 보았다.

예루살렘의 야드바셈 박물관을 20여 년 만에 다시 방문하여 구석구석 관찰하면서 유대인들이 세계 제2차 대전 당시에 유대인들에게 잔혹한 일을 벌였던 독일에 대하여 용서는 하되,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과 후손들에게 역사의 슬픈 기억을 계승시키며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를 관찰하며, 매우 위험스럽게 느껴지는 오늘의 시국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 아래 남북 정치인들의 만남으로 펼쳐가는 평화는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평화는 서로 신뢰하며, 사랑하고 존중하는 데 얻어지는 산물이다. 국가의 역사는 과거를 망각하는 데 있지 않다. 과거의 역사를 통하여 교훈을 얻고, 더 나은 안전장치를 통하여 더 나은 미래를 이루어 가는데 있다.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하며 과거를 지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사죄와 용서가 있는 신뢰를 통하여 통일과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사죄하지 않는 일본이나, 북한을 우리가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 북한의 실체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그들은 이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이어오며 김일성의 유훈 ‘적화통일’을 계승하여 왔으며, 변함없는 조직과 전략으로 일관성 있게 지침을 집행하여 왔다.

연방제 통일을 꿈꾸며 평화를 논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신을 계승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연방제 통일을 꿈꾼다면 국가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미 전 세계 역사에서 사회주의는 번영의 장벽 앞에서 실패한 공산이념이다. 남미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보라.    

신뢰의 기초는 정직이다. 믿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순안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환영을 나왔던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과 외모를 평양시민들과 비교해 보았는가? 전 세계 언론들이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대서특필하는 자리에 태극기는 어디에 있는가? 인공기와 한반도기가 펄럭이는 곳에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상징하는 태극기는 어디에 있었는가?

통일과 평화라는 이름아래 핑퐁게임을 하여야 하는 국제관계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먼 훗날 후회하는 발걸음이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평화는 이론으로 시작할 수 있으나 평화를 유지하는 힘은 국력에서 나온다. 세계경제가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점에 대한민국의 경제는 어떠한가? 빚을 내어 일을 하고, 빚으로 빚을 갚고, 빚을 늘려 논 후에 오늘의 정치인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다음세대가 뒷감당을 하여야 할 터인데 걱정이 앞선다.

서둘지 말자! 지금은 대한민국 땅에 옥류관 냉면집을 개장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치적을 세우기 위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를 담보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개인의 사상적 신념과 가치관을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환상을 버리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로 발전하며 번영하기를 희망한다. 평양시민이 아닌 북한의 동포들이 자유롭게 대한민국을 왕래하며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기를 소망한다. 답답하다. 나는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 그리고 북한의 복음화를 위하여 기도할 뿐이다. 더 나아가 함께 기도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