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6호> 사순절에 십자가를 깊이 명상하자
고난의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하는 40일, 사순절(Lent) 기간을 지나며 오늘의 한국 교회의 모습을 보면 문득 옛 초대교회의 하나인 고린도교회가 생각난다. 사도 바울의 전도로 고린도교회가 설립되어, 한 때는 성령충만과 함께 각종 은사가 임했다. 이는 십자가의 복음으로 무장한 성도들을 통해 고린도와 유럽을 복음화하려는 바울의 기도였다.
그러나 고린도교회 교인들은 입술로는 예수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를 몰랐고, 귀한 은혜와 은사를 감사할 줄 모르고 오히려 자신의 신앙적 우월성을 자랑하는데 급급하다가 옛 생활의 습관으로 돌아가 교회는 분쟁과 음란으로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린도교인들은 그리스도 십자가의 정신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지 못함으로 십자가의 무한한 능력을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사도 바울의 삶 속에는 오직 십자가가 언제나 살아서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사도 바울은 십자가의 정신으로 생각하고, 십자가 고난의 정신으로 말하였으며, 십자가 희생의 정신을 따라 줄기차게 살다가 장렬한 순교자의 반열에 오른 승리자가 되었다. 우리는 고린도교인의 삶을 따라 살아야 할까? 아니면 사도 바울의 삶을 따라 살아야 할까?
우리는 이 사순절의 기간에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먼저 우리의 신앙이 과연 그리스도 십자가에 연결되어 있는지. 십자가의 보혈로 말미암아 사죄함을 받고, 구속함을 입은 은총과 감격으로 감사하고 있는지. 과거에 경험했던 중생의 그 놀라운 은총과 성결의 감격을 아직도 간직하며 감사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거룩한 십자가가 나의 영적인 삶과 생활의 중심에 항상 머물 수 있도록 기도하자. 십자가가 나의 생명을 구원할 뿐 아니라, 나의 삶을 이끄시는 위대한 생명의 능력을 공급해주시는 원천이 되도록 날마다 십자가를 체험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능력을 체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