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사역지8-소중한 사람들
외롭고 배고픈 이들에게 빵과 소망 전해
노숙인 위한 무료급식 … 말기 암 환우위한 호스피스·미얀마 사역도 전개
긴 겨울은 노숙인들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다. 추위와 배고픔, 쓰라린 외로움과 싸워야 하기 떄문이다. 그러나 고통당하는 이웃과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려는 따뜻한 손길이 있기에 어려움을 넉넉히 이길 힘을 얻는다.
무료급식은 소중한사람들이 시작한 첫 번째 사역이면서 가장 직접적인 나눔의 방법이다. 주일과 월요일 새벽에는 서울역 인근 지하도에서 1000명분의 배식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중계동센터의 봉사자들은 새벽 2시부터 배식준비에 들어간다. 탑 차에 밥과 국을 싣고 서울역 우체국 앞 지하보도에 도착하면 이미 노숙인들은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국을 탄 노숙인들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고 계단이나 찬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한다. 식사 한 그릇에 이들은 또 하루를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
주일과 월요일 급식은 가장 분주하고 바쁜 사역이기에 봉사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경제악화에도 불구, 봉사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를 비롯해 학교, 회사, 가족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무료배식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역 무료급식은 주일과 월요일 이틀간 이루어지지만 중림동센터의 사역은 휴일이 없다. 중림동센터 안의 소중한사람들교회에서는 매일 200여명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매일 오전 11시면 지하 예배실의 200여석의 자리가 노숙인들로 가득하다. 예배인도자를 따라 찬송을 2∼3곡 부르고 기도와 설교가 이어진다. 1시간여 동안의 예배를 마치면 기다리던 식사배식 시간.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봉사자들은 이제 본격적인 배식에 들어가 노숙인들에게 막 지어낸 밥을 퍼준다. 교회 공간 안에서 따뜻한 밥을 먹는 노숙인들의 얼굴엔 평안함이 느껴진다.
소중한사람들 유정옥 회장은 찾아오는 노숙인들을 ‘성도’라고 부른다. 그저 한 그릇의 점심을 얻어먹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진정으로 찾고 사랑하고 예배드리고 싶어하는 예배자들로 생각한다. 유 회장은 “노숙인 성도들이 예배드리러 올 때 냄새가 나면 안 된다고 어디선가 꼭 세면을 하고 온다”며 “매일 드려지는 예배와 찬양, 기도와 말씀으로 그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소중한사람들은 지난 2005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거리선교회 대표 김수철 목사가 한국의 노숙인들을 돕기 위해 하나로교회 유정옥 사모와 함께 거리선교회 한국지부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첫 사역으로 매 주일과 월요일 새벽, 서울역 남대문5가 지하도에서 노숙인들에게 컵라면을 배식했다. 차츰 소문이 나면서 컵라면을 받으러 오는 노숙인들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단체명을 거리선교회에서 소중한사람들로 바꾸고 사역비용 마련을 위해 컵라면 콘서트도 개최했다.
소중한사람들의 사역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해 5월 예일교회(유인택 목사)에 주방설비를 갖추어 밥과 국을 대접했다. 노숙인 급식인원은 금방 700명을 넘어섰다. 계속 늘어나는 급식인원 감당을 위해 서울 중계동 하나로교회 건물 90평을 무상임대하여 주방시설을 마련했다. 이후 소중한사람들은 무료급식 사역에만 머물지 않고 노숙인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사역이 조금씩 확대되어 갔다.
2006년 7월에는 중림동에 노숙인 전용교회 공간을 마련, 예배와 점심배식, 샤워, 한방치료, 상담서비스를 실시했다. 그해 10월에는 중림동에 지하1층, 지상3층, 건평 661㎡(200평) 규모의 현 소중한사람들 비전센터에 입주, 사역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하나님의 축복 속에 2006년 연말에는, 인천에서도 소중한사람들의 사역이 시작돼 지부가 설립되고 왕성한 사역이 펼쳐지고 있다.
추운 겨울철을 노숙인들이 잘 이겨내도록 담요와 옷가지 등을 전하는 사역도 전개한다. 2005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거주하는 교포들이 보낸 500장의 담요를 남대문 앞 광장에서 노숙인들에게 전달했으며 2006년에는 을지로에서 제2회 사랑의 담요 나누기 행사를 가졌다.
2007년 12월에는 천 명의 노숙인에게 오리털 점퍼를 나누어주었다. 1000장의 오리털 점퍼는 교회에서 몇 년 동안 피아노를 반주한 한 자매가 적금을 탄 돈을 전액 헌금하여 마련한 것이다. 그로부터 20여일 후 사랑의 릴레이처럼 한 교회가 오리털 점퍼 500벌을 노숙인에게 전달했다.
또 다른 교회는 겨울내의와 양말 등을 기증했다. 현재 노숙인 자활을 위한 프로그램도 가동 중으로 10여 명씩 3개월 과정으로 자활훈련을 시키고 있으며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인들의 주민등록증을 다시 살려내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무료호스피스 사역도 활발하다. 2007년 5월 오픈한 ‘말기 암 환우 쉼터’를 통해 불치의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편안히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유정옥 회장이 기증한 청평 2644㎡(800평)의 땅에 661㎡(200평) 규모의 말기 암환자 요양소가 건립 중으로 건물이 완공되면 더 많은 환우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게 될 전망이다.
소중한사람들은 또 지난해 싸이클론 피해를 입은 미얀마에 고아원을 설립하고 무료급식을 시행하는 등 어린이들과 지역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마치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컵라면 배식으로 시작된 소중한사람들의 사역은 5년을 지나는 동안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사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도 작은 사랑의 나눔은 죽어가는 한 영혼을 살리고 우리 모두를 ‘소중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