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검증 거친 성경, 한국교회에 큰 영향

1882년 첫 성경 출간 후 130년간 꾸준히 반포해
원문에 가깝고 당시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관건

2016-01-06     박종언 기자

1882년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 목사와 동역자 매킨타이어 목사가 조선인 청년들과 최초로 누가복음을 번역하여 출판한 후 한글 성경은 계속 번역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읽혀지면서도 영적 권위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성경은 가장 원문에 가깝게 계속 번역되고 있다. 한글 성경의 초창기 번역부터 개역개정판에 이르기까지 한글성경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1911년 처음 완역·출판된 한글성경
과거 한글 성경은 번역과 감수, 출판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이런 전통은 유지되고 있다. 초창기 한글성경 번역은 선교사와 번역위원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먼저 번역위원들이 각자 맡은 부분을 번역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후 각 위원들이 번역한 본문을 제출하면 동료 위원들이 함께 읽고 제언한 후 다시 임시 번역본을 제출했다. 최종 제출된 번역본은 토론회를 거쳐 임시로 출판해 3년간 사용한 후 성경으로 정식 출시되었다.

초창기 번역 작업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성경 원어에 해당하는 용어가 한국어에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위원들은 복음서 몇 구절을 가지고 하루 종일 토론하기도 했고, 한국인들과 논의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이 ‘바늘 귀’냐 ‘바늘 눈’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였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또 신에 대한 칭호를 ‘하나님’이냐 아니면 ‘천주’ 또는 ‘상제’로 정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였다. 신에 대한 단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수의 선교사들이 ‘하나님’으로 정하기를 주장하면서 최종 결정되었다. 일부 선교사들은 한동안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출판된 성경이 1906년 번역된 신약전서였다. 구약 완간은 1911년에 이루어졌다. 이후 한글성경은 몇 차례 변화를 거친 후 1961년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으로 교정되어 출판되었다.

10여 년간 개정작업 거친 개역개정판
현재 우리가 주로 읽는 개역개정판의 번역은 1983년부터 시작되었다. 이전의 개역한글판은 구문이었고 번역상 오류가 지적되면서 새 번역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공인역 예배용 성경은 당대 최신의 편집본을 번역대본으로 사용하여 번역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역개정판 번역도 개역 성경이 사용한 원본을 존중하며, 원문 대조 문제가 제기될 때는 최근의 편집 본문인 ‘그리스어 신약성서’(GNT UBS 4판)와 ‘슈투르가르트 히브리어 구약성경’(BHS)을 철저히 대조하였다.

각 교단에서 파송한 신학자와 국문학자들이 번역에 참여했으며 1988년에 공포된 ‘문교부고시 88-1, 한글맞춤법’을 적용했다. 번역자들은 성경의 내용을 충실하게 옮기고자 원어성경을 직역하면서도 한국교회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예배용 성경 작업에 주력했다.

개역개정판의 특징은 개역 성경의 문체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와 언어의 변화를 적용하는 것에 있다. 언어적으로는 한자어, 문법상 잘못된 문장, 사투리, 혐오감을 주는 말을 수정 보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번역이 시작된지 10년만인 1993년 ‘개역 한글판 개정 원고’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개정원고는 말 그대로 초판이었으며 본격적인 검증 작업이 시작되었다. 1993년 8월 16일 각 교단에서 대표로 파송한 성서학자, 신학자, 목회자, 국어학자 등이 참여한 ‘성경전서개역한글판 개정감수위원회’가 조직되었다.

감수위원들은 4년 동안 157회의 독회와 토론을 거쳐 개정 원고를 검증했으며, 1997년 11월에 ‘감수용 성경’이 출간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감수용 성경은 다시 1,600여 명 이상의 각 교단 목회자들과 학자들에게 보내 의견을 듣고 최종 수정작업을 거쳤다. 1998년 5월 개정위원들과 감수위원들이 의견들을 최종적으로 수렴하여 개정판에 반영하면서 드디어 개역개정판이 출판되었다.

꾸준히 발전하는 한글성경 번역
1911년 처음 출판된 구역본 성경에서 개역한글판, 개역개정판을 거치면서 사용되는 단어도 달라졌다. 예를 들어 창세기 24장 14절의 말씀을 보면 1911년 구역본은 ‘그 중 한 여자에게 내가 구청하되 병을 기울여 나를 주어 마시게 하여서’라고 쓰여 있다.

이 구절은 개역판에서는 ‘한 소녀에게 이르기를 청컨대 너는 병항아리를 기울여 나를 마시게 하라 하니’로, 개역개정판에서는 ‘한 소녀에게 이르기를 청하건대 너는 물동이를 기울여 나로 마시게 하라 하리니’로 최종 번역된다. 처음에 ‘병’으로 번역되었던 단어가 ‘병항아리’리를 거쳐 ‘물동이’로 새로 번역된 것이다.

장애인 차별로 지적되었던 단어들도 바뀌었다. 문둥병은 나병으로, 소경은 맹인으로, 귀머거리는 못 듣는 사람 등으로 표현을 바꾸었다. 매번 새 번역본이 출판될 때마다 지적이 된 부분을 수정하고 당시에 가장 잘 맞는 단어로 수정한 것이다. 현대어와 맞지 않는 단어와 새로운 번역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신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최종 점검 후 다음 개정 때 적용된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발간된 성경은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성장과 연합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끊임없이 개정되고 있는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가는데 큰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