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신앙 잘 키워 드려요~”

작은교회 희망이야기-비닐하우스 예배당 덕이교회
성도는 적어도 '작지 않은' 교회로 건강한 행보
어린이 우선 목회로 온가족 신앙성장 이끌어

2015-12-22     문혜성 기자

▲ "어서 오세요~! 신앙 잘 키워드려요~" 덕이교회(박준보 목사)는 은혜가 '쨍쨍'하고 신앙이 '무럭무럭' 자라는 교회이다. 비록 예배당은 비닐하우스일지라도 풍성한 은혜와 기쁨이 있고 더디지만 꾸준히 주의 길을 걸어가는 건강한 교회이다.

비닐하우스라고 얕보지 마세요!
요즘 세상에도 비닐하우스교회가 있을까 싶지만 덕이교회(박준보 목사)는 비닐하우스로 예배당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 덕이교회는 2년 전 경기도 고양시 끝자락 주말농장이 모여 있는 곳에 비닐하우스교회로 세워졌다.

요즘 세상에도 비닐하우스교회가 있을까 싶지만 덕이교회(박준보 목사)는 비닐하우스로 예배당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 덕이교회는 2년 전 경기도 고양시 끝자락 주말농장이 모여 있는 곳에 비닐하우스교회로 세워졌다.

▲ 덕이교회 담임 박준보 목사
비닐하우스교회라는 점도 특이한데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버섯종균을 재배하는 통나무가 가득한 생경한 모습이 펼쳐진다. 평소에는 통나무에 버섯종균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의 모습이고, 주일에는 십자가와 강대상, 의자를 꺼내놔서 예배당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덕이교회의 첫 인상은 다른교회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어느 주일 날 아침 찾아간 덕이교회에서는 온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어린아이와 어른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대가족을 연상시켰다. 부족한 것이 많은 비닐하우스교회를 생각했지만 덕이교회에는 소소한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이날 박준보 목사는 10명 남짓한 성도들 앞에 서 열정적인 설교를 쏟아냈다. “절대자이신 하나님 앞에서는 세상에서의 크고 작음은 의미가 없어요. 하나님께서 뜻하고 계획하심이 있어 우리를  이곳에 보내셨다는 것을 믿고 주의 뜻을 따라 갑시다”라고 강조했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믿는다며 ‘아멘’을 외쳤다.
예배 후에는 직접 키운 먹거리로 건강한 식탁이 마련됐다. 오밀조밀 밥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먹는 밥맛이 꿀맛이었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임종헌 안수집사는 “교회가 주말농장 안에 있어 대부분의 먹거리는 자급자족하고 있다”면서 “배추, 양파, 파 등의 채소를 비롯해 자두, 블루베리, 딸기 등 과일까지 100여 종의 작물을 우리 부부가 직접 길러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회 한켠에서 닭을 키워 싱싱한 유정란도 공급받을 정도로 먹거리가 풍성했다.

▲ 덕이교회는 항상 온가족이 함께 주일예배를 드린다.

오후예배 때는 다음 주 사무총회를 앞두고 특별한 시간이 진행됐다. 박준보 목사의 진행으로 성도들이 모두 ‘이런교회가 되었으면’이라는 주제로 각자의 솔직한 마음을 글로 써내려갔다. ‘화장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설교가 짧았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바람이 쏟아졌다. 이날 나온 의견들은 사무총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루기로 했다. 어린이들은 한쪽에서 성탄절 장식을 만들었다.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만든 ‘메리 크리스마스’ 문구와 ‘눈사람’ ‘선물’ 등의 소박한 장식은 비닐하우스교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덕이교회는 2013년 서울서지방회 소속으로 설립된 박준보 목사의 첫 단독목회지이다. 개척멤버로 장인장모인 임종헌 안수집사 부부와 처제가족, 동두천교회 부교역자 시절 제자부부와 함께 가정에서 시작했다.

▲ 주일 오후예배 후 온 성도가 참여한 특별순서
부족함 속에서 채워주시는 은혜 경험
같은 해 11월에 비닐하우스교회에서 설립예배를 드렸다. 비닐하우스교회는 임종헌 안수집사의 주말농장 안에 세워졌다.

설립예배 후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개척 첫해 겨울, 비닐하우스교회는 너무 추워 예배를 드릴 수 없었다. 다시 가정에서 예배를 드려야 했다.

봄이 오고 비닐하우스교회로 돌아왔지만 여름이 또 문제였다. 너무 더워 예배가 어려웠다. 고비가 올 때마다 임 안수집사가 나섰다. 비닐하우스교회를 2중으로 보강하고, 냉난방을 위해 출입구 앞에 중간 문도 달고, 히터와 화목난로, 에어컨을 들이면서 점차 편안하게 예배드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박 목사는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이 다 공급하고 채워주신다”면서 “특히 남들처럼 갖추고 시작하지 못해 에어컨 들어오는 날, 난로에 처음 불지피던 날 등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기쁨을 많이 누렸다”고 말했다.

▲ 덕이교회는 밖에서 보면 그저 비닐하우스로만 보일 뿐, 교회로 보이지 않는다.

'교회'라고 말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
덕이교회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알찬 목회를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 보면 교회라는 것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예배당이 ‘농사’만 지어야 하는 절대농지에 있어 ‘교회’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회 십자가도 없고, 교회탑도 세우지 못했다. 단속에 걸리면 교회를 철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덕이교회는 지금껏 ‘불법’이라는 틀에 갇혀 제대로 전도도 못해봤다. 박 목사는 “전도지를 만들어 전도해야 하는데 교회 약도라도 넣으려면 농지 안에 교회가 있어 신고가 들어갈까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전도를 할 수 없으니 교회 부흥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조금씩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어 주셨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성도들
2013년 12월 31일 개척멤버만 예배드리던 교회에 첫 성도가 찾아왔다.

현역 군인인 중사 강민영 성도가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등록했다. “부대 동료인 한 전도사님이 한번 가보자고 인도해서 교회에 나왔는데, 목사님의 열정과 순수한 교회 분위기가 좋아 출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와 자녀 2명이 한꺼번에 등록해 성도가 4명이나 늘어나 교회에 활기가 더해졌다. 최근 셋째를 출산해 유아성도가 1명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또 교회가 주말농장 안에 있다보니 이용객 중에 난생 처음 교회를 나왔다는 엄마와 아들 성도도 생겼다. 예전 제자였던 청년 2명도 매일 1시간씩 차를 타고 와서 덕이교회에서 예배하고 있다.

반주자로 봉사하는 채연순 청년은 “개척교회라 시설과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가족같은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출석 한 달째인 송은지 청년은 “막상 이 곳에 와보면 비닐하우스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면서 “예배당도 따뜻하고 사람들도 따뜻하다”고 말했다. 

▲ 성탄절 장식을 만들고 한껏 신이나서 자랑하는 아이들

덕이교회는 내년이면 설립 3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는 교회가 첫 발을 떼며 좌충우돌해왔지만 이제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박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내년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 실천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혹시 신고가 들어가 교회가 철거된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전도도 적극적으로 해서 전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금 더뎌도 성도와 동행하는 교회, 성도와 함께 성장하는 교회로 이끌고 싶다는 박준보 목사의 목회신념은 덕이교회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어린이가 먼저인 덕이교회

▲ 어린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주일예배에 참여한다.
덕이교회가 특별한 점은 또 있다. 어른 못지 않게 아이들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예배도 어른과 어린이들이 꼭 함께 드린다.

박준보 목사는 “애들하고 같이 예배를 드리다보니 좀 번잡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래도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예배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교회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 예배를 드릴 겁니다”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부모가 아이들의 신앙을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을 품고 있다. 서울신대 기독교교육과 출신인 박 목사는 “아이들의 신앙을 교회에, 교사들에게 맡기다보니 아이들이 진짜 신앙을 갖기 어렵다”면서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고, 어떤 설교를 듣는지, 알게 하고 또 말씀대로 살아가는지 아이들에게 산 교육을 할 수 있어야 신앙과 삶이 분리되지 않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비뚤어졌던 청소년, 청년 시기를 보냈던 경험과 부교역자 시절 청소년을 맡아 사역하며 ‘살아 있는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달았기에 만들어진 박 목사만의 교육목회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