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 신약단상 ②> "없는(οὐχ ὑπάρχει) 것과 가진(ἔχω) 것"
물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고 베드로와 요한을 바라보던 ‘앉은뱅이’에게 베드로는 말한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헬: 있지 않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준다.” 그런데 “내게 있지 않거니와”에서의 ‘있다’와 “내게 있는 것”에서의 ‘있다’는 한글 번역에서의 의미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원 헬라어 단어의 의미차이는 심층적이다.
“없는(οὐχ ὑπάρχει) 것”
베드로가 말한 “없거니와”의 헬라어 원 문장은 “있지 않다”이다. ‘있다’를 의미하는 단어 ‘후파르코(υπάρχω)에 부정사 ‘우’(/οὐχ)를 붙여 “있지 않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표현은 단순히 “없거니와”보다는 훨씬 강한 부정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후파르코’(υπάρχω)는 ‘후포’(υπό)와 ‘아르케’(ἀρχή)를 어근으로 하는 단어인데, ‘아르케’는 헬라 철학자들이 주요 담론으로 삼았던 우주의 기원, 소재를 의미하는 용어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아르케’의 뜻을 함의하고 있는 ‘후파르코’라는 단어는 원래부터 또는 아주 오랫동안 갖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주로 쓰인 용어이다.
본문에서도, 나면서부터(헬: 어머니 배속에서부터) 걷지 못하던 사람의 상태를 설명할 때 ‘후파르코’를 썼다. 어머니 배속부터 오래되어 자기의 것으로 굳어버린 상태를 설명한 것이다.
그래서 베드로가 말한 “은과 금은 내게 있지 않거니와”라는 은과 금이 원래부터 아예 없다는 강력한 부정의 표시이다. 즉, “난 은과 금하고는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거리가 먼 사람이다”는 뜻이다.
베드로는 자신의 존재를 그렇게 당당하게 선포한다. 이는 성령 받고 삶의 근본적 변화를 경험한 베드로의 고백이고, 또한 함께 하고 있는 요한의 고백이다. 하나님의 사람들의 고백이며, 이제 막 탄생한 초대교회의 고백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물질적인 것들과 ‘관계없는’(οὐχ ὑπάρχει) 존재이다.
물질적인 것들은 없어도 된다. 쾌적한 환경, 좋은 시설, 훌륭한 식사, 다양한 프로그램, 번쩍이는 은과 금과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교회의 본질이 아니다!
“가진(ἔχω) 것”
이제 베드로는 하나님의 사람들, 교회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본질적인 것,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자신 있게 소개한다.
여기에서의 한글 번역은 “내게 있는 것을 네게 주노니”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있는’은 ‘가지다’(have)라는 뜻의 헬라어 ‘에코’를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정확한 번역은 ‘내가 가진 것’이다.
그의 원 존재에 속한 부분이라기보다는 지금 소유, 소지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본래부터 갖고 있다는 뜻보다 받아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의 능력이다! 그것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갖고 있지 않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바로 얼마 전에 받았고 지금 확실히 가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 이름의 능력이다! 교회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능력을 가졌는가(‘에코’)이다.
사실 주님의 교회는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충분하다! 은과 금이 아닌, 그것이 교회의 자랑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절대적인 자산이다.
그 안에서만, 어떤 방법으로도 풀 수 없는 인생의 문제와 고통이 해결되는 역사가 있다. 은과 금이 아닌, 이것이 교회의 정체성이고 본질이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능력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