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3호> 이영훈 대표회장 체제의 한기총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신임 대표회장에 선출됐다. 이 목사는 임기 도중 사퇴한 홍재철 전 대표회장의 뒤를 이어 한기총을 맡게 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한기총이 되도록 위상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영훈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을 환영하기 보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영훈 목사가 전임 한기총 대표회장의 신앙노선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선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의 신앙노선을 적극 지지하고, 지금까지 한기총이 진행했던 모든 것을 본인이 수용하고 계승키로 했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홍재철 목사와 공동으로 발표했다.
홍 목사의 신앙 노선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은 지금의 한기총의 잘못된 길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홍재철 목사는 한기총을 장악했던 3년간 7.7 정관을 바꾸었으며 그 사건이 한기총 분열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 이단 용인 및 해제로 한국교회의 반발을 샀다. 그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은 건전한 복음주의를 표명한 이영훈 목사의 신앙 노선과도 맞지 않는다.
물론 이단 해제에 대해서 이영훈 목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한 치의 의혹도 없게 처리하겠다”며 우려를 일축했지만 홍 목사는 “한국교회의 화합을 위해 류광수 및 박윤식 문제 재론 불가”를 천명한 바 있다. 한교연의 복귀에 대해서도 ‘한교연과 통합이 아닌, 나갔던 자들의 복귀’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홍 목사의 이런 입장을 계승한다면 앞으로 한기총의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한기총의 ‘이단 해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 대표회장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은 한국교회 공교단의 신학적 노선과 배치된다.
한국교회연합회 바른신앙수호위원회도 이 목사의 신앙노선을 예의주시 하기로 했다. 한기총이 무분별한 이단 해제로 예장합동과 예장고신이 탈퇴하고 신학교수 172명이 한기총의 이단 영입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을 이영훈 목사는 바로잡아야 한다.
한교연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이 목사는 ‘한기총을 나갔던 교단 및 단체들이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교연이 한기총을 탈퇴한 이유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복귀는 반발만 부를 뿐이다.
이 목사의 WCC에 대한 불분명한 입장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제10차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WCC의 잘못된 신학사상에 반대하며,” 자신이 참여해 서명날인한 “NCCK와 천주교, 정교회가 만든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에도 반대한다"고 말해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표회장 취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의 선거과정은 후보등록공고를 거쳐 임시총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형식만 갖추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영훈 목사를 단독 후보로 등록시키고, 추대 형식으로 당선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출마기회를 원천 봉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후보등록이 이틀밖에 없었고, 1억 원이라고 하는 ‘후보등록비 마련’과 임원회의 내지는 실행위원회의 소집을 통해서만 가능한 ‘소속 교단 추천 획득’이 이 기간에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뒷말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얻어지는 리더십으로는 앞으로의 한기총 정상화 및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끌 수 없다. 지금이라도 한기총을 갱신하는 데 앞장서기위해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대표회장이 되기를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