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복명장 김현숙 권사(부평신촌교회)
바늘 끝으로 전하는 오색사랑
벤처한복점 만들고 장애우 기술 전수 등 사랑실천도 비단결
지난 26년 동안 입기 편한 ‘실용한복’ 개발이라는 한길을 걸어온 그녀의 한복 사랑이 맺은 결실이다. 어머니로부터 바느질 솜씨를 물려 받은 김 권사는 한복의 우아한 매력에 빠져 한복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대한민국 예술인 명장에 올랐고 재봉틀 보다 더 정교한 바느질을 가진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김 권사가 이렇듯 한복 명장이 된 것은 우리 것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우리 전통 한복이 다른 옷과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복 연구에 나섰다는 김 권사는 우리 옷 개발에 빠져 미쳤다는 소리도 여러번 들었다.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로 한복 웨딩드레스와 생활 한복 등을 개발해 내 한복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실용화와 대중화에 큰 성과를 거뒀다. 한복 저고리에 후크나 지퍼 처리와 탈부착이 가능한 동정, 원피스처럼 입을 수 있는 치마, 길이와 품 조절 가능한 치마 등 독특한 아이디어로 15개나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맞춤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신발과 가방, 장신구 등도 제작했다. 또 회의나 행사에서 입을 수 있는 ‘정장한복'도 개발 중이다. 한복의 세계 진출을 꿈꾸며 노력한 결과 김 권사는 국내 업계 최초로 한복 제조기법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품질경영시스템 인증기업 ISO 9001:2000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9월에는 독도에서 한복 패션쇼를 열었을 정도로 우리 것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유별나다.
물론 IMF 외환위기에 부도의 위기에 몰리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사람중심의 사업이 김 권사를 위기에서 건져 주었다. 고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한복 대여’는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어 오색명주가 부활하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특히 한 고객은 8000만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내놓아 김 권사는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김 권사는 이런 모든 것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어요. 미련스럽게 일만 해도 하나님이 내편이 되어주시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헛수고였을 것입니다.”
김 권사는 한 벌의 한복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눈물의 기도를 뿌렸다고 한다. 오늘날 그녀에게 ‘한복명장, 우리 옷 지킴이’라는 별칭을 얻는데는 이런 기도가 가장 큰 가르침이 되었다. 그녀는 한복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장애우를 향한 사랑도 애틋하다. 한복을 한번 입고자 해도 쉽게 착용할 수 없는 장애우를 위해 그녀는 특수 한복을 만들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입을 수 있도록 탈부착이 가능한 한복을 개발한 것이다. 수익만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사랑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 옷이 입기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번도 한복을 입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장애우들도 입으면 얼마든지 편하고 아름답게 보이는데 말이죠.”
장애우들에게 한복 기술을 전수하는 일도 하고 있는 그녀는 장애우를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다. 우리 것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그녀의 한복 사랑에는 기도와 정성, 실용성 등 오색 사랑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