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산책> 40인의 마지막 고대교회 순교자들
총독은 호수의 얼음을 깨고 40개의 구덩이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40명의 옷을 모두 벗긴 후 그곳에 집어넣고 배교를 강요했다. 호수 밖에는 장작을 쌓고 불을 지폈다. 타오르는 장작더미 옆에는 이교의 신을 위한 제단을 마련하고 그 옆에는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욕조를 놓아두었다.
총독은 이 고집스러운 병사들도 결국은 추위를 이기지 못해 배교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병사들은 꽁꽁 언 입술로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여, 저희 40명은 생명의 면류관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이 거룩한 수는 변함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3일 동안이나 그 지독한 추위를 견뎌냈다. 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이 그만 신앙을 버리고 뛰쳐나와 이교 제단에서 희생제물을 바쳤다. 그에게는 배교의 대가로 따뜻한 물이 채워진 욕조가 허락되었다. 그러나 그는 상으로 받은 그 욕조 안에서 곧바로 죽고 말았다.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되어 얼었던 몸이 따뜻한 물에 닿자 쇼크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39명의 병사들은 동료가 배교하자 깊은 슬픔을 가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기도하고 있었다. 그때 이교도 병사 중 한 명이 모닥불 곁에서 불을 쬐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한 신비한 꿈을 꾸었다. 그는 꿈에서 얼어 죽어 가는 병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로부터 천사장이 내려와 이 장엄한 인내자들의 머리에 면류관을 씌워 주었다. 병사는 그 면류관을 쓴 병사들의 수를 세어보았다. 모두 39명이었다.
잠에서 깬 병사는 배교한 후 죽음을 맞이한 40번째 병사를 돌아보았다. 그 병사는 이교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꿈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병사는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고 벅찬 감격으로 소리쳤다. “나도 기독교인입니다." 그리고 그는 배교한 병사가 뛰쳐 나왔던 그 자리로 뛰어들었다. 그는 비록 물세례는 받지 못했지만 ‘보혈의 세례'를 받고자 자기 몸을 던진 것이다. 이리하여 순교자의 수는 정확히 40명으로 채워졌다.
3일이 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병사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총독은 살아 있는 병사들의 팔다리를 모두 잘라 죽이고 불에 태워버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군대는 십대 소년이었던 멜리토(Melito)만은 남겨두었다. 그들은 이 소년 병사가 비록 살아서 도망치더라도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의 팔다리를 자르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쳤다.
병사들이 떠난 후 멜리토의 어머니가 죽어 가는 아들에게 달려왔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고통은 곧 끝날 거야. 이제 넌 너를 위해 준비된 영광스러운 생명의 면류관을 쓰게 될 것이란다.”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을 격려하며 속삭여 주는 동안 멜리토는 40번째 순교자로서 승리의 면류관을 썼다.
이 장엄한 집단순교사건 후 동서 로마제국의 단독 지배권을 놓고 아드리아노플(지금의 터키 Edirne)과 크리소폴리스(지금의 터키 Uskudar)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324년에 리키니우스가 콘스탄티누스 군에 생포된 후 박해가 중지되었다. 리키니우스는 325년에 반란혐의로 테살로니카(지금의 그리스 Thessaloniki)에서 처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