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인물 생생토크-질문을 버리고 찬양을 택하리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눅 1:46~48)
그날 잉태를 알리는 천사 앞에서 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천사와의 대면도 두려웠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내가 아들을 잉태하게 되리라는 소식은 두려움을 넘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 그 자체였다.
천사가 떠나고 안정을 되찾은 후, 난 약혼자인 요셉의 얼굴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아들을 아니 그것도 그냥 아들이 아니라 메시아를 잉태하게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그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모님의 얼굴도 떠올랐다. 만약 부모님께서 어려서부터 착하기만 했던 딸인 내가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를 잉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신다면 그 충격이 얼마나 크실 것인가? 부모님에게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질문들 앞에서 난 아무 답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두지 알 수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날 밤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던 새벽녘, 난 내가 염려하는 사람들이 아닌 내가 잉태하게 될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천사는 그가 존귀한 자가 되어 다윗의 왕위를 이어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라고 했다. 바로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 왔던 메시아였다.
그런데 어떻게 나처럼 평범한 자에게서 그토록 귀한 분이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난 나사렛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그저 밥이나 짓고 빨래나 하는 지극히 평범한 여인에 불과한데 말이다. 내게는 평범함이지만 내가 잉태하게 될 분의 존귀함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평범함이 아니라 비천함일 뿐인데.
존귀한 분이라면 왕족이나 귀족들을 통해서 태어나야 하고, 존귀한 분이라면 왕궁이나 귀한 장소에서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분이 정말 메시아라면 어떻게 나처럼 평범한 여인의 자궁을 통해서 태어나야 하신단 말인가?
그러나 그 질문들 역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도 정답은 고사하고 작고 희미한 단서조차도 찾아내지 못했다. 내가 누운 방안은 점점 어둠이 물러가고 새벽의 첫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면서 난 결심했다. 내 질문들을 그냥 다 내려놓기로 말이다. 더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계속하지 않기로 말이다. 그 대신 나의 하나님을 찬양하기로 말이다. 왜 메시아가 나처럼 비천한 자를 통해 이 땅에 오셔야 하는지를 아직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분이 진정 메시아라면 사람들은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나를 복이 있는 여자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질문을 버리고 찬양을 택한 내 마음에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진정 아름다운 빛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