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호> 갈등과 혼선의 2013년을 청산하자
우리 사회의 지난 일 년은 갈등과 혼선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국정지표인 국운융성, 창조경제는 구체적 과제의 부재로 국민들에게 모호함을 주고, 대통령 선거 때부터 제기된 NLL 문제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등으로 인한 갈등과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은 우리 사회를 발목잡고 있다.
경제는 장기간의 침체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가운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늘어나는 가계 빚 때문에 서민들의 삶은 더욱 쪼들리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안정지향적인 풍조와 자기중심적 사고의 팽배로 인해 공동체 해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는 교회와 성도들의 삶 속에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국민 의식을 향해 던진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이러한 우리 세태에 경고와, 반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폄하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태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교회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오늘의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에 대한 지도력을 스스로 상실해 버렸고 그 지도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의 성공적 개최에도 불구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의 지도력은 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이단 해제 논란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한국교회 대표 지위를 스스로 포기했으며, 새로운 교단협의체로 출범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고 있으며 아직까지 사회적 지도력은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한국교회를 상징적으로 대표할 기구는 한국 땅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교회의 지도력을 보여주어야 할 목회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유명 목회자의 박사학위 논란, 교회재정의 임의적 운영, 여성편력, 목회세습 등의 문제는 한국교회의 도덕성, 윤리성에 큰 상처를 입혔다. 특히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보여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가 더욱 큰 문제임을 알게 한다. 박사학위 문제는 몇 개월의 자숙으로 충분하고, 목회세습도 자기 교회의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며, 대형교회 건축도 그동안의 불편함을 감내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담임목회자는 긴급한 필요 때문에 교회의 재정을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여성의 성희롱 문제도 오해에서 기인한 것으로 큰 문제가 될 내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회는 목회자들에게 더욱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요구함에도 목회자들과 한국교회는 자신들만의 상황 인식에 갇혀, 자신들의 이해를 사회에 쏟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하나님 사랑을 실천해 온 목회자들, 교회를 위해 헌신해 온 성도들 때문이다. 작은 교회를 지키며 강단에서 기도하며 삶으로 복음을 증거해 온 목회자들이 있었기에 복음의 순수성이 지켜질 수 있었으며 자기 일보다 하나님의 일, 교회의 일을 우선하며 헌신했던 성도들이 있었기에 교회가 유지되고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한 사회의 평가가 붕괴되지 않은 것이다.
2013년,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피곤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넋두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렵고 힘든 현실이 우리에게 놓여 있지만 우리에겐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다. 올해 초에 다졌던 우리의 각오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으로 맞이하자. 우리 앞에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희망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